경기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사랑의 오작교’를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민간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미혼 남녀의 만남과 연애가 이제는 젊은층의 주거를 늘리고, 저출생 문제를 해소하려는 지자체의 의도와 맞물리며 ‘청년 연애’ 정책화 열풍이 불고 있는 겁니다.
11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시·군들은 저마다 특색 있는 이름과 행사로 청년들의 발길을 끌어모읍니다. 단순한 미팅을 넘어 연애를 취미·소통·복지 등을 결합한 ‘체감형 종합행정’으로 진화시킨 셈이죠.
‘중매 활성화’에 물꼬를 튼 곳은 성남시입니다. 2023년 5월 시작된 ‘솔로몬(Solo Mon)의 선택’은 지자체 미팅 프로그램의 표준이 됐습니다. 뉴욕타임스·로이터 등 외신들이 이 행사를 저출생 극복의 해법으로 소개하면서 유명세도 탔습니다.
와인 파티와 연애 상담 등 세련된 구성을 앞세운 이 프로그램은 24차례 진행되는 동안 매회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죠. 예비부부 10쌍과 부부 13쌍이 인연을 맺으며 진가도 발휘했습니다. 재직증명서 등 신원을 철저히 검증해 공공기관의 강점을 살린 게 신의 한 수로 평가받습니다.
◆ 성남이 열고 수원·화성·안산이 이은 ‘매칭 행정’
후발 주자들의 경쟁도 치열합니다. 수원시는 2023년 하반기 출범한 ‘수원 청년 연애의 발견’을 통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남녀 간 소통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청년 1인 가구들을 거점으로 공동체 연결에 집중하던 ‘소셜 다이닝’에 기반을 두고 있죠. 유대감 형성을 넘어 인연 찾기로 진화한 셈입니다.
행동유형검사를 활용한 연애 유형 워크숍, 수목원 그룹 미션 등을 거쳐 청년들이 연애와 결혼에 대해 느끼는 막연한 부담감을 덜어줍니다.
수원시 광교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모씨는 “회사와 집만 오가다 보니 사람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며 “지자체의 매칭 프로그램은 안전하고 부담이 덜한 것 같다”고 전합니다.
안산시와 화성시는 청춘 만남에 지역색을 입혔죠. 안산시는 청년 공간을 거점으로 한 ‘안산 시그널’을 통해 지역 기반의 정주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합니다. 파티나 소모임 형태로 운영되며, 지역 청년들이 안정적 인간관계를 맺는 데 집중합니다.
화성시는 지역의 광활한 인프라를 활용해 ‘화성탐사(화성시 청년들의 탐나는 사랑 만들기)’라는 테마 미팅을 진행 중입니다. 60%에 육박하는 높은 매칭률이 특징이죠.
이 밖에 시흥시는 ‘시흥솔로’를, 오산시는 ‘솔로(SOLO만) 오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애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의왕시의 경우 ‘청년 만남 터’를 통해 청년들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만나는 요리·목공 등의 ‘원데이 클래스’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 ‘연애의 정책화’…단순 주선 넘어 복지 연계까지
이 같은 만남은 ‘연애의 정책화’나 ‘구조화된 만남의 선호’로 해석됩니다. 단순 주선을 넘어 복지까지 연계되는 매칭 프로그램으로 보다 효율적 관계 형성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이 지역사회에 오래 머물며 미래를 설계하도록 돕는 정주 지원 정책과 연계되면서 일종의 통합 행정 서비스로 진화했다는 평가도 듣습니다.
배경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촉진된 구조화된 인간관계가 자리합니다. 과거에는 학교나 직장, 지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남이 성사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개인 중심의 생활 방식이 확대되면서 이러한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결국 청년들이 우연한 만남보다 소개팅 앱이나 매칭 프로그램 등 보다 구조화된 방식으로 남녀 관계에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청년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고립과 단절”이라며 “지자체의 적극적 개입이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고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