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비라는데 왜 자꾸 현금만 찾으려 하지?”
순간 스친 작은 의심 하나가 70대 고객의 소중한 재산을 지켜냈다. 점점 교묘해지는 보이스피싱 범죄 속에서도 고객의 불안한 표정과 어색한 말투를 놓치지 않은 순천농협 직원들의 침착한 대응이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11일 전남 순천농협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2시50분쯤 70대 여성 고객 A씨가 순천농협 파머스지점을 찾아 병원비 명목으로 현금 인출을 요청했다.
당시 A씨는 환자복 차림으로 통장마다 생활비 명목의 100만원씩만 남긴 채 두 차례에 걸쳐 총 450만원을 인출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영업점을 찾아 “마이너스 통장 한도 2000만원 전부를 현금으로 찾아달라”고 요청하면서 직원들이 이상 징후를 감지했다.
창구 업무를 맡고 있던 최소희 계장은 고객 행동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꼈다. 최 계장은 “방금 병원비로 현금을 찾아갔는데 왜 또 거액 현금이 필요한지 이상했다”며 “카드 결제나 계좌이체도 가능한데 계속 현금만 요구하고 답변을 얼버무려 즉시 관리자에게 상황을 알렸다”고 말했다.
특히 고객의 불안한 말투와 행동이 평소 교육받은 보이스피싱 사례와 유사하다는 점이 직원들의 경계심을 높였다.
이후 박미경 신용차장이 상담에 나서 최근 빈번한 보이스피싱 수법과 피해 사례를 설명하며 휴대전화 소지 여부를 확인했다.
A씨는 휴대전화를 차량에 두고 왔다고 했지만, 직원들이 확인한 결과 고객이 들고 있던 검은 비닐봉지 안에서 스피커폰이 켜진 휴대전화가 발견됐다. 누군가 실시간으로 인출 상황을 지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천농협 직원들은 즉시 고객을 상담실로 안내해 추가 피해를 막고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과 함께 상황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이번 피해 예방은 입사 1년도 채 되지 않은 새내기 직원의 세심한 관찰과 책임감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최소희 계장은 “고객의 말투와 행동이 평소와 다르게 불안해 보여 이상하다고 느꼈다”며 “평소 교육받은 내용을 떠올리며 한 번 더 확인했던 것이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미경 신용차장은 “최근 보이스피싱 수법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어 현장 직원들의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작은 이상 징후도 놓치지 않고 고객 자산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순천농협은 지난달에도 고객이 이미 500만원 피해를 입은 상태에서 추가로 1500만원을 인출하려 하자 직원들이 이를 막아 추가 피해를 예방한 바 있다.
순천농협 관계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전화금융사기 예방 교육과 고객에 대한 관심이 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 자산을 지키기 위해 세심한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최남휴 조합장은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것이 금융기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며 “보이스피싱 예방 활동과 직원 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피해 예방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