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권정부는 국민 요구를 잘 받아서 일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민생 입법 성공이 가장 중요합니다.”
‘강남 3구’ 유일한 더불어민주당 4선 중진 남인순 의원(서울 송파병)이 국회부의장에 출사표를 냈다. 남 의원은 “계엄과 탄핵 과정을 거치며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꼈고, 22대 국회가 해야 할 여러 시대적·역사적 책무가 있다고 생각해 절박한 심정으로 출마했다”고 밝혔다.
남 의원이 말한 자신의 최대 강점은 ‘입법 성과’였다. 남 의원은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국정과제 7건을 통과시켰다”며 “부의장이 된다면 우선 국회가 잘 돌아가기 위해 국민도 답답해하는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남 의원이 추진한 현 정부 국정과제는 △환자기본법 △비대면진료 제도화법 △GMO완전표시제법 △청년 첫 연금보험료 지원법 △인구전략기본법 등이다.
인천 지역 여성·노동 운동가를 시작으로 민주당 ‘험지’ 송파에 뿌리내린 남 의원의 의정 생활은 의원실 한편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환자단체연합회와 사회복지사협회, 지역사회돌봄단체, 도시형소공인연합회 등이 보낸 감사패가 곳곳에 놓여 있었고, 동물실험 반대 입법을 기념해 글로벌 브랜드 Lush가 보낸 토끼 모양 조각상도 눈길을 끌었다. 남 의원은 “입법을 정쟁이 아닌 국민 입장에서 보도록 협치 문화를 이끄는 의장단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회 부의장 재도전 계기는.
“이번 계엄과 탄핵 과정에서 모든 의원이 비슷할 텐데,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의식을 굉장히 느꼈다. 계엄을 겪으면서 국민의 저항과 국회의 (계엄해제) 결의가 있었지만, 헌법상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국회 승인권 강화 등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계엄을 겪고 우리 사회에 극우와 혐오가 늘어나는 등 극심한 혼란에 빠지지 않았나. 더 강한 민주주의를 제도화하고, 민주공화정의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한 국회의 역할과 위상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국민이 이번 탄핵을 이뤄내신 만큼, 국회가 국민이 요구하는 일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속도를 내기 쉽지 않다. 이재명 정부가 해야 할 민생 입법을 속도감 있게 하기 위해 국회 제도 개혁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출마했다.”
―의장단으로서 꼭 추진하고 싶은 입법은.
“지금 우선은 국회가 잘 돌아가야 한다. 사실 국민도 답답해하고 의원들도 힘들어하는 게 필리버스터 제도다. 필리버스터는 원래 소수자 토론을 위해 도입됐는데, 지금은 ‘시간끌기용’이 되고 있고 국민의힘이 민생 입법에도 필리버스터로 막고 있다. 의장님과 합심해야 하긴 하지만, 민생 패스트트랙을 제도화해 초당적으로 여야가 공동발의한 민생법안을 우선 심사해 처리하고, 필리버스터에서도 제외하도록 하겠다. 지금도 공동발의 제도는 있지만, 인센티브가 없다는 것인데 민생 패스트트랙으로 빠르게 처리하도록 하겠다. 말로만 협치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협치하게 하자는 것이다.
또 지금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조차 통과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도록 해 본회의 처리 지연을 개선해 ‘일하는 국회’가 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하겠다.”
―개헌 추진 의사를 밝혔는데, 다음 개헌안에 담고 싶은 내용은.
“이번에 우원식 의장이 추진하신 개헌안에 담긴 세 가지(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정신 계승, 계엄에 대한 국회 통제 강화. 지역 균형발전 국가 책임 명시)는 기본이고, 그간 개헌 논의하면서 많이 논의됐던 국민 기본권 부분도 국민 의견 수렴해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권력구조와 관련해 5년 단임제기 때문에 무한 경쟁이 반복되는 정치이지 않나. 책임 정치를 하려면 대통령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고, 동시에 감사원을 국회 밑으로 이전해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은 개헌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쟁점이다. 그래서 이번에 단계적 개헌으로 추진한 것이다. 그간 국민 미래 개헌 자문위원회를 구성할 때도 국민의힘 추천을 받기도 했고, 1년간 차분히 논의하고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이 개헌을 원한다는 것도 확인됐다. 국민의힘이 ‘논의가 충분히 안 됐다’고 반대한 것은 ‘몽니’에 가깝다.”
―4선 의원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입법 활동은.
“‘이태원참사특별법’이다. 윤석열정부 하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웠는데, 참사 진상을 밝히고 159명의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게 돼 기억에 남는 법안이다. 또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스토킹처벌법’이다. 이것도 ‘국회에서 20년 걸렸다’는 얘기를 한다. 스토킹이 범죄라는 인식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토킹 범죄로 인해 사실 많은 피해자가 죽음까지도 가는 경우가 있었다. 저희 송파 가락동에서도 스토킹 범죄 피해자가 있었기 때문에 제정됐을 때 제게도 의미가 컸다. 피해자 가족이랑 지금도 소통을 하는데, 그분들이 원했던 것도 자신의 딸과 같은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으면 좋겠다는 것이었고, 법 제정을 간절히 원하셨는데 하게 돼 굉장히 보람차게 생각한다.”
―이번 의장단 선거에서 당원투표 20%가 처음 반영되는데.
“당에서 결정한 것이니 받아들인다. 저는 자신있다. 민주당 최고위원을 두 차례 하며 전국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있고, 전국 당원 대상 캠페인도 해봤다. 부의장은 당적이 있고 민주당 몫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당원들은 이재명 정부와 발맞춰서 이재명 정부를 성공시킬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호흡해 왔던 여러 과정이 있다. 과거 2015년에 이재명 대통령 성남시장 시절에 공공산후조리원 관련해 제가 모자보건법을 발의했다. 일명 ‘이재명법’이라고 얘기를 했는데 그때부터 같이 공조를 했고, 2022년도 대선 경선할 땐 서울본부 본부장을 맡았고, 2025년도 대선 때는 직능본부장을 맡아서 대선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당원들이 관심 많은 현안인 ‘조작기소 특검법’ 추진에 대한 의견은.
“국정조사를 통해 검찰의 여러 가지 잘못된 행태들, 공소권이 남용됐다고 하는 부분들을 많이 국민들도, 당원들도 아시게 된 것 같다. 불법적인 사법 폭력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이제 이 부분을 어떤 식으로 풀어갈 것인지는 당 차원에서 방향을 정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법무부 장관도 특검 취지가 공소취소가 아니라 국가 권력 오남용을 바로잡는 데 있다고 했기 때문에, 공소취소로 특검법을 몰아가는 것은 또 하나의 정치적 공세라고 본다. 국민께 충분히 설명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4선 민홍철(경남 김해갑) 의원도 부의장에 도전했다. 민 후보 대비 강점은.
“민 후보도 훌륭하지만, 의장단이 된다면 여러 리더십이 중요하다. 저는 당에서 최고위원도 했고, 전국직능대표자회의 의장과 정치개혁·연금특위원장, 여가위원장 등 여러 당직도 두루 겪어 리더십이 검증됐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국회의원을 하며 3번의 단식 투쟁을 했다. 2024년 1차 탄핵이 부결되고 2차 탄핵안 결의를 앞두고 노상에서 7일 동안 단식투쟁을 했다. 세월호특별법 통과를 위해 세월호 가족들과 국회 본청 앞에서 함께 단식했고, 박근혜정부 하에서 국정원 댓글사건 때 국정원 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노상 단식을 일주일 했다. 단식 투쟁이 꼭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국민께 절박함을 알릴 수 있었다.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 제 몸 가리지 않고 선도적으로 당에 헌신한 부분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여성 부의장’의 의미를 짚어본다면.
“제헌국회 이후에 21대 국회에서 73년 만에 김상희 여성 부의장이 처음 나왔다. 22대 국회에서 이어갔어야 했는데, 전반기엔 되지 않아 아쉬웠다. 국제의원연맹(IPU)이 밝힌 2023년 기준 여성 국회의장의 비율은 23.8%나 되는 것에 비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적, 정치적 민주주의가 발전했다고 하는데, 한 번도 여성 의장이 없었다는 점에서도 사명감이 든다. 여성 부의장으로서 22대 국회를 보다 성평등한 국회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제가 여성가족위원장이었을 때도 ‘성평등 국회 만들기’ 프로젝트를 가동해서 여성 의원·보좌진·사무처 인력 등 의사결정직에 여성 비율을 계속 공표했다. 목표 비율이 있으니 의도적으로라도 노력하자는 취지였다.
이 밖에 필수노동인 국회 청소노동자들의 직접 고용화를 주도하기도 하고, 물리적으로 성평등 국회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국회 내 임시보육 시설 설치를 추진하기도 했다. 아이와 국회 세미나 등에 방문하는 분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려 했는데 아직 안 됐다.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을 국회 인근에라도 설치하고자 결의안도 냈는데, 국민의힘 반대로 무산됐다. 여성 부의장이 되면 성평등 국회를 위한 의제들을 우선순위를 두고 주도적으로 끌고 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