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주택시장에 매물을 끌어내기 위해 올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세입자가 있는 주택 전체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유예를 확대하면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을 전후해 감소 추세에 있는 매물이 다시 늘어날지 관심이 쏠린다.
임차인이 살고 있는 '세 낀 주택' 전체로 대상이 넓어지면서 비거주 1주택자뿐만 아니라 일시적 2주택자, 다주택자 매물까지 임차인이 있어도 매도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5월 9일 전까지 다주택자 매물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황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잠재적인 매도 가능 물량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매물이 다소 증가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정부는 매물 증가와 함께 무주택 실수요자의 매수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5천900건가량이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월 기준 6천400건으로 증가했다. 5년 평균치 4천100건보다 2천건 이상 많은 것이다.
다주택자가 매도한 서울 아파트를 무주택자가 매수한 비율도 지난해 평균 56%에서 올해 3월 기준 73%로 늘었다.
다만 시장에선 당장 매물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다주택자 중에는 이미 5월 9일 이전에 집을 팔았거나 증여로 돌아선 경우가 많고, 비거주 1주택자도 앞으로 장특공제를 받기 위해 집을 파는 대신 실거주 요건을 채우는 것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1주택자는 비거주자라 하더라도 다주택자보다 양도 및 보유세 부담이 낮은 편이고 투자개념의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만큼 당장 매도보다는 향후 실거주를 통해 절세를 완성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주택자 역시 계속해서 세 낀 주택을 팔 수 있지만 양도세 중과가 여전히 적용되는 만큼 매물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강력한 대출 규제로 인해 1주택자의 상급지 갈아타기가 제한적이고 재건축은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로 매도가 어렵다는 점, 세제 개편안의 강도를 보고 움직이려는 매도자들도 존재해 단기간에 매물이 급증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 특별공제 혜택 축소, 보유세 강화 등 정책 기조와 맞물린다면 장기 보유한 고령 1주택자는 양도차익 실현을 통해 다운사이징을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건은 6월 지방선거 이후 공론화될 세제 개편이다.
앞으로 나올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중과,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 및 장특공제 축소 등에 따라 하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 전문위원은 "결국 하반기에 비거주 주택을 포함해 앞으로 보유세 개편안이 구체화되고 시장 금리 인하시기, 전월세가격동향 등 변수들이 검토된 후 주택 처분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현재 주택 매입임대사업자에 부여하는 임대주택 양도세 합산 영구 배제 혜택 축소 등을 통해 임대사업자 매물도 끌어내겠다는 입장인데,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센 상태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등록임대주택은 시세의 반값 수준의 임대료로 8년 이상 서민주거안정에 기여해온 대가로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이 주어지는 것인데, 일반 다주택자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오히려 형평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임대사업자 주택을 강제로 자동 말소시켜 종부세 부담이 커지게 됐는데 양도세 혜택마저 축소하겠다면 어느 국민이 정부를 믿고 사업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매물 잠김 현상을 막기 위해 임차인을 낀 주택 매도를 허용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애초 토허구역 지정의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현재 규제지역 내에서는 어차피 1주택자도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선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해 임차인 계약 기간에 따라 최대 2년까지 유예해주는 것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임대차 시장은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특히 최근 월세 전환과 월세 가격 상승으로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현재 서울 시내 주요 아파트 단지는 토허구역 지정 이후 전월세 매물이 급감하고 전세의 월세 전환도 가팔라지고 있다. 월세 가격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실거주 의무가 유예됐지만 결국 최장 2년 뒤에는 반드시 실거주해야 해 임대차 시장에 공급되는 전월세 물량이 2년 뒤에 멸실되며 전월세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