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B 도서관에 잘못 반납했다는 문자가 왔다. 앗, 실수! 그런데 그 문자를 본 친구가 환한 얼굴로, 너도 이젠 점점 기억력과 총기를 잃어가는군. 기쁘다! 늘 네 기억력과 총기가 부러웠는데, 이젠 너도 어쩔 수 없는 노화의 강을 건너가게 되었네. 아니야, 이건 노화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내 부주의함 때문이야. 새파랗게 젊었을 때도 가끔 이런 일이 있었잖아. 하하하, 노화 맞아. 그런가.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야. 도서관끼리 관계망 시스템이 잘되어 있어, 즉각 이걸 파악, 제자리로 되돌려놓을 수 있으니….
친구와 노화를 사이에 두고 한참을 웃다가 헤어져 돌아오면서 아, 맞아. 이건 부주의가 아니라 노화가 맞아. 수업 시간에 할 희곡 선정에 혹 도움이 될까 하여 이 책을 가방에 넣으면서 분명 A 도서관 도장이 찍힌 걸 봤는데도 그걸 깜빡하고, B 도서관 반납통에 아무 생각 없이, 확인도 안 하고, 그냥 무심코, 넣어버린 거잖아. 친구 말대로 노화의 한 증상이 맞아.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런 비슷한 일들이 종종 일어날 텐데… 정말 조심해야겠다.
비로소, 처음으로 내가, 나 자신이 날마다 늙어가고 있다는 걸 한 치의 변명 없이, 진심으로 직시하고, 인정했다. 그렇담 이왕 늙는 김에 좀 더 잘 늙는 기술 같은 것은 없을까. 사람들이 말하는 버킷리스트는 물론 더 즐겁게, 더 알차게 늙음으로부터 자신을 비우고 성찰해 가는 데 필요한 기술 같은 것.
김상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