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갈량’의 결단은 손주영이었다…“멘탈, 구위, 변화구, 본인의 의사까지 손주영이 적임자라는 결론” [잠실 현장 프리뷰]

[잠실=남정훈 기자] “우리 마무리 이번주부터 정했습니다. ‘그 녀석’이 마무리로 던집니다”

 

LG의 ‘염갈량’ 염경엽 감독이 유영찬의 이탈로 자리가 빈 마무리 자리를 ‘10승 좌완 에이스’ 손주영으로 채운다. 염경엽 감독은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삼성과의 2026 KBO리그 홈 경기를 앞두고 손주영의 마무리 전향을 천명했다.

 

LG 염경엽 감독과 김정준 코치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취재진과 만난 염 감독은 “트레이닝 파트와의 의논을 거친 결정이다”라면서 “(유)영찬이가 아웃되고 나서 여러 카드를 고민하며 12경기를 치렀는데, 12경기에서 블론 세이브가 네 번이나 나왔다. 이걸 보면서 우리 중간 투수들이 잘 할 수 있는 걸 잘 하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8연승을 할 때 보면 마무리가 고정되어 있었다. 멘탈이나 포심 패스트볼의 구위, 변화구까지 세 가지 요소를 두루 따졌을 때 (손)주영이가 제격이라는 결정을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염 감독이 신경 쓴 부분이 하나 더 있다. 아니 가장 많이 신경썼다고 해도 맞다. 바로 손주영 당사자의 의견이다. 2024시즌에 9승(10패)을 올리며 선발 투수로 안착한 손주영은 지난 시즌 11승6패 평균자책점 3.41을 기록하며 LG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선발로 10승을 올려줄 수 있는 투수가 팀 사정에 의해 마무리로 옮기는 건 선수 개인에게도 굉장한 모험이다.

 

염 감독의 마무리 전향 권유에 손주영은 “감독님, 제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흔쾌히 수락했다. 염 감독은 “마무리 전향을 수락할 때보니 자신감도 느낄 수 있었다. 멘탈적인 부분에서 주영이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부상 부위도 팔꿈치나 어깨가 아니라 옆구리 부분이라 자주 나와야 하는 마무리에도 무리가 되지 않겠다는 판단이었다”라고 설명했다.

 

3월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4차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2회말 한국선발 손주영이 교체되고 있다. 뉴시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부상을 당했던 손주영은 지난 9일 대전 한화전에서 올 시즌 첫 등판을 가졌다. 당시 손주영은 2이닝 동안 피안타 3개를 허용하긴 했지만, 탈삼진 2개 포함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염 감독은 “지난 토요일 주영이를 2이닝 등판시킨 게 세이브 투수가 될 수 있을까를 시험해보는 빌드업이었다. 30개 이상 던졌을 때 어떤 이상이 있나, 팔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시험해봤다.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30개 정도 투구수는 전혀 부상 위험도 없고 괜찮을 것 같다는 사인이 나왔다. 코칭스태프 회의에서도 지금 상태에서는 이상적인 카드가 주영이다라는 답이 나왔다. 물론 주영이가 잘 안착해주면 좋겠지만, 안 됐을 때도 생각해놨다. 우선은 주영이가 버티는 데까지 잘 버텨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LG 손주영. 뉴스1

마무리 투수에게 가장 요구되는 조건은 연투다. 3점차 이내의 세이브 상황이 연이틀 펼쳐졌을 때 바로 마운드에 올라 팀 승리를 지켜내야 한다. ‘초보 마무리’ 손주영은 우선 이번 주엔 연투를 하지 않는다. 염 감독은 “이번 주는 하루 던지면 하루는 쉬게 할 생각”이라면서 “다음 주 정도부터 트레이닝 파트와 소통을 통해 일주일에 한 번 연투, 이런 식으로 적응을 해나가게 할 생각이다”라고 답했다.

 

10승 좌완 선발을 마무리로 전향시킨 것은 현재 선발진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염 감독은 “믿음보다는 현재 선발진은 주영이 없이도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강한 선발진이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5할 이상은 버틸 수 있는 선발진이다. 기존 선발 5명 외에 (김)윤식이가 이제 선발진에 들어오기 위한 빌드업을 한다. 주영이가 빠져나간 자리를 대비하는 역할을 윤식이가 맡는다”라면서 “제가 KBO리그판에 45년 이상 있으며 공부해본 결과, 투수 구성에 있어 가장 첫 번째가 마무리다. 과거 삼성 왕조엔 오승환, 임창용이 있었고, SK 왕조엔 정대현이 있었다. 현대 왕조에는 조용준까지 우승 팀을 보면 항상 85% 이상의 세이브 성공률을 가져가주는 마무리들이 있었다. 내 기준엔 마무리는 1년에 블론 세이브를 5개 이내로 해줘야 한다. 근데, 우리는 유영찬 없이 치른 12경기에서 4번이나 블론 세이브가 나왔다. 이렇게 가다간 시즌 운영이 너무 불안정하겠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