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배당금’ 꺼낸 김용범, 시장원리 훼손 경계해야

金 “AI 시대 과실 국민과 나눠야”
잘나가던 코스피 5% 급락 돌변
‘황금알 거위’ 배 갈라서는 안 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시대 기업이 번 돈의 일부를 사회·국민에게 지급하는 ‘국민배당금론’을 꺼내 파문이 일고 있다. 김 실장은 어제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기반 위에서 나온다”며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고 했다. 얼마 전 그는 고신용자에게 낮은 금리를, 저신용자에게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신용체계를 비판하며 ‘잔인한 금융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책 사령탑의 이런 인식은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날 코스피가 8000고지에 바짝 다가섰다가 한때 5% 폭락세로 돌변했는데 김 실장의 발언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외신 분석(블룸버그)까지 나왔다.

 

김 실장은 국민배당금의 예시로 청년 창업 자산, 농어촌 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노령연금 강화 등을 들었다. 앞서 그는 “반도체 호황 덕에 역대급 초과 세수가 쌓일 수 있다”며 “재정 역시 유연하고 넓은 시야로 접근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재원 문제로 접었던 ‘기본사회’ 구상을 수면 위로 올리기 위해 정지 작업을 하는 건가. 이 대통령도 “국민을 속이는 긴축재정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반도체발 세수 증가로 생긴 여력을 선심성 퍼주기에 활용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김 실장의 지적처럼 AI 시대 경제가 기술 독점적 구조로 흐르면 부의 양극화는 심화한다. 양극화 과정에서 소외된 서민 등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건 국가의 책무다. 하지만 초과이익은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고 성취한 보상 성격이 짙고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를 위한 핵심 재원이다. 가뜩이나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 사이에서 파업을 무기 삼아 영업이익의 15∼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노조의 요구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향후 국민배당금 재원 마련을 위해 로봇세나 횡재세 도입 등 기업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은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게 아니라 더 많은 거위를 키워야 할 때다. 반도체 특수가 마냥 이어질 리 만무하다. 일시적인 ‘초과 세수’에 기대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기본사회 구상을 섣불리 추진하다가는 결국 나라 살림이 거덜 나고 경제도 감당하지 못한다. 반도체 초호황은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골든타임으로 삼아야 한다. 남는 세수도 빚부터 갚아 재정을 튼튼하게 하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