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헌법(憲法)을 자주 본다.
‘이래도 괜찮은 건가’ 싶은 일이 부쩍 는 탓이다. 공소취소 특검 출범이 6·3 지방선거 등에 미뤄진 때문만은 아니다. 대통령이 지명하는 특검에 대통령 연루 재판을 없던 일로 할 권한이 허용되는데 여당 내부서 뒤늦게라도 반대가 나온 건 다행이다. “법학 이론적으로도 그렇고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소신 발언한 이소영 의원을 응원한다.
헌법 뒤지기는 12·3 비상계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어처구니없고 두려운 경험이 어제처럼 선명한데 525일 지났다. 헌법 77조에 비상계엄이 담긴 걸 그날 되새겼다. 얼마 뒤 65조 대통령 탄핵소추 요건은 너무도 기꺼이 들여다봤다.
헌법에 기대는 건 거기서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정치나 법률, 논쟁만으론 해결되지 않는 위헌적 시도들이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가 위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위헌 지적이 이어졌고 결국 무작위 배당 등으로 위헌 요소를 줄인 내란전담재판부가 꾸려졌다. 법왜곡죄, 재판소원 도입에도 헌법은 버팀목이 됐다.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유죄취지 파기환송된 책임을 물어, 대법원장과 주심 대법관을 법왜곡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우매(愚昧)한 시도를 멈춰 세운 건 ‘모든 국민은 행위시 법률에 의해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행위로 소추되지 않는다’는 헌법 13조다.
헌법을 자주 들추게 된 건 법을 다루는 공직자가 제 역할을 망각한 탓이라고 감히 주장한다. 대통령 발언이나 국정 사안에 위헌 요소가 없는지 살피기보다 어긋난 충심에 위험천만한 순간이 잇따른 걸 국민은, 역사는 어찌 평가할까.
정부는 지난해 123대 국정과제 중 첫 과제로 개헌을 꼽고 대통령 4년 연임제 도입을 주요 의제로 삼았다.
조원철 법제처장은 지난해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시 이 대통령부터 적용될지’ 질의에 “결국 국민들이 결단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고 답해 논란을 불렀다.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는 헌법 128조2항을 무시하고 정치적 해석을 더해, ‘이 조항도 고칠 것’이라는 야당 억지에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대장동 사건 변호인을 지낸 그는 이 대통령의 5개 재판, 12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물러섰다. 이 대통령은 오히려 대선 후보 시절 “재임 중 대통령은 적용이 없다고 헌법에 쓰여 있는 대로 읽으면 된다”고 했다. “개헌 당시 대통령이 헌법개정을 해서 그 개정된 헌법에 따라 추가 혜택을 받겠다는 걸 국민이 쉽게 용인하지 않을 거라 본다”고 반문했다.
2월 초, 이 대통령 대장동 사건 변호인이던 이건태 의원이 ‘공소취소 의원 모임’(공취모) 결성에 나섰을 땐 헌법을 뒤적이지 않았다. 정치 수사(修辭)가 현실이 될 리 없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공취모 의원이 100명 넘고, ‘조작기소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국정조사에 이어 공소취소 특검법까지 나왔다. 야당과 범여권에서 ‘대통령이 자기 죄를 지우려 한다’거나 ‘재판장을 자처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상황이 바뀐 건, 헌법 11조와 101조가 규정한 평등 원칙과 사법권 독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 때문만은 아니다. “공소취소가 뭐를 어떻게 하는 건지 자세히 아는 국민은 없다”는 공취모 상임대표 박성준 의원 발언 등에 선거 민심이 요동친 탓이다.
1948년 7월12일 제정돼 8차례 개정된 헌법은 1987년 10월29일 국민투표를 거쳐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굳건한 울타리가 됐다. 내란 후유증에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 지금, 위헌적 상황이 이어지는 건 유감이다.
헌법 69조의 대통령 취임 선서는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로 시작한다. 법 절차보다 좀 더 쉬운 길을 택하다 위헌적 상황을 촉발하는 건 대통령에게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국민은 ‘재판 재개 시 실형이 나올 것이라 보는 건가’ 오해할지 모른다. 조작기소 증거가 있다면 재심으로 바로잡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