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내 모든 주택에 실거주 의무를 유예해 주며 사실상 ‘토허제 완화’에 나선 건 기존 주택 거래라도 풀어 시장 경색을 완화하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허구역으로 지정한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상당수 지역에서 “전·월세 매물 씨가 말랐다”는 성토가 나올 정도로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가중됐다. 수도권 공급 절벽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가 공급했던 매물마저 실거주 의무로 인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세입자 낀 주택’ 거래가 원활해지며 시장에서 거래되는 매물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규 주택 공급이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 기존 주택 거래를 활성화해 시장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매물 잠김 속도를 늦추는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며 2년 뒤 ‘밀려나는 세입자’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거래 활성화가 서울 상급지나 인기 지역 아파트 가격을 자극해 시장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은 “토허구역 내 실거주 의무 유예 대상을 다주택자에서 ‘세입자가 있는 주택 전체’로 확대하기로 했다”며 “이는 비거주 1주택자나 다른 유형의 매도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토허구역 지정 이전처럼 전세를 끼고 자유롭게 집을 사는 ‘갭투자’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실거주 의무는 그대로 유지되며 임대차계약이 끝날 때까지만 입주를 미룰 수 있다”며 “이번 조치로 세입자가 있는 매물이 추가적으로 거래 시장에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거주 1주택자의 경우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 당장 매도할 유인이 크지 않은 점이 한계로 꼽힌다. 무주택자들도 강화된 대출 규제로 ‘현금 부자’가 아닌 이상 거래에 뛰어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비거주 1주택자는 다주택자보다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똘똘한 한 채’ 선호도 강해 당장 매물로 내놓기보다 향후 실거주를 통해 절세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며 “규제지역 대출 규제까지 강화된 상황이라 실제 매물 출회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1주택자가 집을 팔면 결국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현금 확보가 안 된 상황에서는 집을 내놓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매수자 역시 전세퇴거자금대출이 1억원으로 제한돼 있어 입주 시점에 수억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자력으로 반환할 수 있는 자산가들에게만 유리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갈아타기 자금이 충분한 일부 계층 내에서만 매도와 매수가 나타날 수 있다”며 “2년 뒤 매수자가 실제 입주하게 되면 기존 전세 물량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만큼 전·월세 시장 불안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밝혔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비거주 1주택자가 이동하게 되면 학군지나 직주근접 지역을 중심으로 실거주 복귀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 경우 임대 매물은 줄고 신규 전세 수요는 늘어 전월세 시장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입자 낀 주택의 최대 유예기간이 2년인 만큼 그 사이 임차인이 이동할 수 있는 여유 주택을 정부가 얼마나 충분하고 신속하게 확보하느냐가 이번 조치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