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영업익 15%·상한 해제’ 입장차… 정부는 중재 안간힘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

2차 교섭도 줄다리기

노조, 성과급 비중 1∼2%P 낮추고
OPI 주식보상제 확대 수정 요구도

사측, 수용 땐 업황 둔화 시기 우려
‘경영실적에 따라 유연하게’ 입장

중노위, 중재안 제시 등 설득 나서

12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 제1조정회의실은 오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개시일을 아흐레 앞두고 삼성전자 노사가 다시 만난 마지막 협상 테이블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양측은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삼성전자의 파업만은 막기 위한 정부의 ‘사후조정’에 응해 이틀로 예정된 교섭에 나섰다. 전날 1차 교섭은 12시간 가까이 걸린 마라톤 협상이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끝났다.

 

협상 나선 노·사·정 삼성전자 노사는 12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회의에서 정부의 중재하에 성과급 갈등을 둘러싼 협상을 벌였다. 사진은 이날 열린 2차 사후조정회의에 참석한 삼성전자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왼쪽)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오른쪽), 전날 1차 사후조정 회의장 밖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황기돈 중노위 준상근조정위원(가운데). 연합뉴스

2차 교섭은 이날 오전 10시 시작됐다. 노조 대표인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회의장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조합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 활동 중이다”며 “합의든 결렬이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 대표 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협상 테이블로 향했다. 2차 교섭도 초반부터 노사가 기싸움 양상을 보이며 의견 차이를 좁히는 데 난항을 겪었다. 노조가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및 상한선 폐지’ 입장을 고수하자 사측은 ‘무리한 요구’라며 고개를 저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는 종일 협상을 이어갔지만 좀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오후 6시20분쯤 잠깐 협상장을 나온 최 위원장은 “(노사) 의견이 서로 좁혀지지 않았다. 영업이익 15% (성과급) 재원 활용과 이를 제도화하는 것을 계속 요구했는데 회사는 아직 영업이익 10%를 고수하면서 (적자 상태인) 비메모리는 챙겨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중노위에 조정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중노위가 수정안을 요청하자 ‘영업이익의 성과급 비중을 1~2% 포인트 낮추는 대신 OPI(초과이익성과급) 주식보상제도를 확대해 성과급을 더 받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요구한 뒤 오후 8시20분까지를 시한으로 정했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 진통이 거듭되면서 시한을 한참 넘긴 후에도 협상장 문은 열리지 않았다.

 

정부의 중재 노력에도 삼성전자 노사의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것은 사측이 주장하는 ‘유연한 보상 제도화’와 노조 측의 ‘영업이익 15% 고정 제도화’가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사측은 향후 경영실적에 따라 성과급 지급규모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에 방점을 찍었다. 일반적으로 당해 실적이 목표치를 넘어서면 초과 이익의 20% 내에서 연봉의 최대 50%까지 성과급을 지급하는 기존의 OPI를 적용하고, 경영성과가 좋을 경우엔 별도의 특별 보상안을 추가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측 교섭위원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로 고정하는 성과인센티브 지급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성과급을 임금처럼 고정비에 준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로 읽혀 사측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막대한 고정비 부담은 적자 전환 시기나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경영 리스크가 될 수 있어서다.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경기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커 이를 감안한 투자와 비용 구조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고정해 성과급으로 배분할 경우 업황 둔화 시 미래 투자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글로벌 테크 기업 중 영업이익의 특정 비율을 무조건 성과급으로 지급하도록 명문화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수적인 반도체 산업에서 자본 운용의 유연성이 떨어질 경우 중장기 경쟁력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