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비위 문제를 두고 전국 수사 부서 현장 감사에 착수한 가운데 일선 경찰서 직장협의회장이 동료 경찰들의 탄원서를 제출하며 감찰∙징계 기조에 반발 목소리를 냈다.
경기 구리경경찰서 직협회장인 장남익 경감은 12일 경찰청에 동료 경찰 500여명의 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장 경감은 통화에서 “현장 경찰들이 소신껏 자기 할 일을 한 경우도 징계로 연결되니 현장 분위기가 많이 위축됐다”며 “사건을 다룰 때도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지니 현장에서 봉합할 수 있는 문제도 불가피하게 사건화되는 경우가 많고 업무 과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500여명이 서명한 탄원서에는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고(故) 김창민 감독 폭행 사건 관련 징계대상 경찰관들에 대한 선처를 탄원한다”며 징계 부당성 호소 및 처분 재고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탄원 이유에 대해 “피탄원인들은 평소 투철한 국가관과 사명감으로 근무해 온 동료들이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비극적인 결과로 이들의 공직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이들은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김훈은 범행 당시 이미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다. 사이코패스 진단검사 결과는 33점으로 연쇄살인범 정남규, 강호순보다 높았다. 잠정조치 제3호의2(위치추적장치 부착), 제4호(가해자 최대 1개월 유치) 처분을 받았더라도 결국 살인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당시 ‘맞춤형순찰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맞춤형순찰은 현장 경찰관을 징계의 덫으로 몰아넣는다”며 “가해자 얼굴도 모른 채 순찰만 해서 막을 수 있으리란 그 발상을 징계해야 한다”며 현장 고충을 참작해 관대한 처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부실 수사’ 논란을 빚은 김 감독 폭행 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담당 경찰관은 돈가스 칼을 빼앗으로 목을 조른 피의자 행위를 정당방위로 판단해 피의자에서 배제했다. 이는 현장 경찰관 소신에 해당하는 일”이라고 했다. 경찰은 사건 초기 수사 과정에서 김 감독이 ‘돈가스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는 진술 등을 근거로 쌍방 폭행으로 판단한 바 있다. 다만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김 감독이 돈가스 칼을 휘두르는 장면은 확인되지 않았고, 김 감독이 사망하면서 해당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경기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을 맡았던 구리경찰서와 남양주남부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에 대해 감찰 결과 부실수사 등 대응이 미흡했다며 사건 수사를 지휘한 구리경찰서 등 16명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김 감독 폭행 사건 역시 수사 담당 형사과 직원 및 최초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 경찰관 등 10여명에 대한 경기북부경찰청의 감찰 조사가 진행됐다.
이에 장 경감은 지난 4일 경찰 내부망 호소문을 통해 “현장의 사투는 징계 대상이 될 수 없다. 스토킹 범죄는 현재 인력과 매뉴얼만으론 완벽히 제어하기 역부족인 것이 실상”이라며 탄원서 서명을 요청했다.
경찰청은 이달 감사 규모를 전국 시도경찰청 및 경찰서 수사 부서로 확대했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예비감사를 거쳐 이달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약 한 달간 실지 감사를 진행 중이다. 합동감사단은 본청 감사담당관실과 국수본 인력 등 22명 규모로 꾸려졌다. 실지 감사는 현장 수사 기록과절차 전반 등을 직접 점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