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란 “나무호 관련 최종 감식 전 단정 어려워”

주한이란대사관 첫 공식입장
“양국간 상호 존중 전제 바탕
전문 절차 통해 원인 규명을”

주한이란대사관이 HMM ‘나무호’ 피격 사건과 관련해 한국, 이란 양국 간 존중을 전제로 전문적인 절차를 통해 원인이 규명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일 나무호 폭발, 화재가 발생하고 이틀 뒤 이란과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던 것과는 상반된 것이다. 한국 정부가 나무호 폭발, 화재 원인을 ‘미상의 비행체 2기’에 의한 타격이라는 조사 결과를 지난 10일 발표한 뒤 묵묵부답이던 주한이란대사관이 내놓은 첫 공식입장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HMM 소속 화물선 ‘나무호’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으며 미상 비행체의 타격에서 일어났다고 밝혔다. 사진은 선체 하단에서 확인된 폭 5m·깊이 7m 파공. 외교부 제공

주한이란대사관은 12일  “조사·감식 결과 (이란제 자폭드론) 샤헤드-136이 나무호 피격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유감 표명이나 사과와 같은 형태의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세계일보 질의에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한 조사와 검토가 계속 진행 중이며, 전문가 감식 결과가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는 사안의 세부 내용과 성격에 대해 단정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이란이슬람공화국은 언제나 대한민국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해 왔으며, 현재의 사안 역시 상호 존중에 기반한 분위기 속에서 전문적 절차를 통해 다뤄지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이란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나무호에 남아 있는 비행체 잔해에 대한 조사가 끝나기까지 기다려 보자는 신중론이다. 

 

이는 지난 6일 내놓은 공식 입장과 대비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시 주한이란대사관은 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이 입은 피해와 관련된 사건에 이란 공화국의 군이 개입했다는 모든 주장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강력히 부인한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설명을 듣기 위해 10일 외교부를 방문한 사이드 쿠제치 대사는 개입을 부정한 이란 정부의 입장이 여전한지를 묻는 질문에 “(이란) 외교부에 물어보라”며 즉답을 피했다.

 

주한이란대사관의 입장 변화는 정부조사결과 발표 후 이란이 공격주체라는 의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충돌을 피하면서 사태 관리를 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나무호에서 발견된 비행체 잔해에 대한 정밀조사 결과를 일단 기다려 보자는 것이다. 

 

정부도 나무호를 타격한 비행체의 잔해를 국내로 가지고 와 전문기관 분석을 거쳐 비행체의 종류와 공격 주체를 규명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비행체의 기종 등에 대해 단정할 수 없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공격 주체, 정확한 기종, 물리적 크기 등을 식별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비행체 잔해가 “곧 한국에 도착할 것”이라며 “감식을 맡은 관련 전문 연구기관 등이 함께 조사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 기관으로는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이 거론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조사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국내 전문기관에서 분석 및 감식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비행체가 무엇인지, 어떠한 기종인지 등을 식별하기 위해 전문기관의 분석이 필요하다. 국방부도 조사를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가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 HMM 나무호 호르무즈해협 피격 사건 관련해 초치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비행체가 드론인지 대함미사일인지 등을 두고 여러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는 현장에서 수거한 비행체 잔해 등을 토대로 정확한 기종을 식별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공격 주체 규명에도 나설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조사가 이뤄지기 전까지 비행체 종류와 기종, 공격 주체 등에 대해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일각에서 샤헤드-136이 공격에 사용됐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