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심사위원장 박찬욱 “정치와 예술, 대립 개념 아냐…핵심은 예술적 성취”

“정치적 메시지 이유로 배제·특혜 모두 안 돼
예술적 성취가 가장 중요…공정하게 심사할 것”

박찬욱 감독이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정치와 예술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영화 평가의 기준은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라 예술적 성취에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12일(현지시간) 제79회 칸영화제 개막식에 앞서 열린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에서 “정치와 예술을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둘을 대립하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12일(현지시간)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에 앞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 박찬욱 감독이 포토콜 행사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그는 영화가 정치적 주장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배제하거나, 반대로 정치적 메시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대하는 태도 모두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아무리 훌륭한 정치적 주장을 말하고자 해도 예술적으로 탁월하게 성취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프로파간다에 불과할 것”이라며 “반대로 예술적으로 잘 구현된다면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전날 박 감독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작품 평가 원칙과 심사 기준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상은 50년, 100년 동안 남을 작품들에 주어져야 한다”며 오래도록 사랑받을 작품에 주목하겠다고 했다.

 

또한 작품이 국적, 장르, 정치적 이념 등 외부 요소가 아니라 “오로지 작품 자체의 가치”에 기반해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 제작자들은 정치적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관여할 수 있지만, 결국 영화의 예술적 성취가 가장 중요하다”고도 했다.

 

12일(현지시간) 열린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단 개막 기자회견에서 박찬욱 감독(왼쪽 다섯 번째)은 “영화가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이유로 배제해서도, 그 이유만으로 우대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AFP연합뉴스

한국인 최초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데 대해 박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처음이라는 감회를 갖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국적이 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가능한 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한국 영화의 위상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감독은 “한국 영화가 영화의 변방으로 취급되던 긴 세월이 있었지만, 그 시절에도 한국에는 훌륭한 감독과 배우들이 있었다”며 “시간이 흐르고 한국도 세계 영화의 중심 중 하나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시대에 맞는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2일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포토콜 행사에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 박찬욱 감독(왼쪽 여섯 번째)이 심사위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그는 영화제 심사위원장 자리에 대해 “영화사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라며 “우리 시대에 어떤 영화가 중요한지 세상에 알리는 데 기여하는 셈으로, 이상적으로는 훗날 역사가 이러한 판단을 검증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12일 개막하는 제79회 칸영화제는 23일까지 이어진다. 경쟁 부문에는 나홍진 감독의 ‘호프’를 비롯해 22편이 진출했으며, 박 감독이 이끄는 심사위원단은 황금종려상을 포함한 주요 수상작을 선정한다. 심사위원단에는 배우 데미 무어, 감독 클로이 자오, 배우 스텔란 스카스가드 등이 포함됐다. 

 

박 감독은 올 7월 6일부터는 프랑스 남부 소도시 아를에서 첫 유럽 개인 사진전도 연다. 그가 영화 촬영 현장과 한국 일상 풍경 등을 담은 사진을 만나볼 수 있다. 그는 “감독으로서 나는 모든 세부 사항을 최대한 통제하려 노력하는데, 그에 비해 사진은 나에게 해독제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