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장자의 ‘혼돈’과 본성 회복: 인위를 버리고 본연으로 돌아가라 [父性 문명의 한계, 母性 구원의 비전-기고]

도교 철학의 또 다른 거장 장자(莊子)는 그의 저서 『남화경(南華經)』에서 인류 타락의 본질을 꿰뚫는 매우 기이하고도 슬픈 우화 하나를 남겼다. 그것은 바로 ‘혼돈(混沌)’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남해의 신 ‘숙(儵)’과 북해의 신 ‘홀(忽)’이 중앙의 신 ‘혼돈’의 친절에 보답하고자, 그에게 남들처럼 눈, 귀, 코, 입 등의 일곱 구멍을 뚫어주었으나 이레 만에 혼돈이 죽고 말았다는 서사다. 이 짧은 우화는 21세기 인류가 잃어버린 본향이 어디인지, 그리고 무엇이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를 준엄하게 묻고 있다.

『남화경(南華經)』 내편(內篇) 「응제왕(應帝王)」의 대미를 장식하는 신화적 존재 '혼돈(混沌)'의 모습이다. 장자는 눈, 코, 귀, 입이라는 인위적인 구멍이 뚫리는 순간 죽음을 맞이한 혼돈의 우화를 통해, 인간의 분별심과 작위적인 지식이 생명의 본질을 어떻게 잠식하고 파괴하는지 준엄하게 역설했다. 이는 모든 인위(人爲)적 허울이 벗겨진 상태, 즉 근원적 '순수성'의 회복을 상징한다. 출처: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 일곱 구멍의 비극: 인위(人爲)가 죽인 본연의 인성

 

인문학적 관점에서 장자의 혼돈은 타락 이전 인간이 지녔던 순수하고 완전한 본성을 상징한다. 혼돈에게는 감각기관인 구멍이 없었다. 이는 외부의 단편적인 지식이나 이기적인 욕망, 혹은 선과 악을 구분 짓는 편협한 잣대에 오염되지 않은 ‘무원죄(無原罪)’의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인류는 더 똑똑해지고 싶다는 욕망,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가지고 싶다는 ‘인위(人爲)’의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법을 만들고 논리를 세우며 문명을 발전시켰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하늘부모님과 하나 되었던 본연의 생명력은 숨을 멈췄다. 성경이 말하는 에덴의 타락이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은 사건이라면, 장자의 우화는 인간이 스스로 뚫은 지식과 감각의 구멍으로 인해 본성을 잃어버린 ‘영적 죽음’의 상태를 묘사한 것이다.

 

◆ 독생녀의 참사랑: 닫혀버린 본성의 문을 여는 열쇠

 

그렇다면 죽어버린 혼돈, 즉 우리의 훼손된 본성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장자는 ‘좌망(坐忘)’이나 ‘심재(心齋)’와 같은 개인적 수양법을 제시했으나, 혈통적으로 깊이 각인된 인류의 근원적 어둠을 닦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인류 구원의 마지막 주역인 독생녀(獨生女)의 필연성을 만난다.

 

독생녀는 인류가 스스로 뚫은 타락의 구멍들, 예컨대 탐욕과 분별심, 시기,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유일한 실체다. 그녀는 하늘부모님의 모성적 신성을 일점일획의 오염 없이 담지하고 태어난 ‘무원죄의 성신(聖神)’이다. 독생자 아버지가 인류에게 지켜야 할 천도(天道)를 가르치는 ‘진리의 교사’라면, 독생녀는 그 모든 인위적인 허물을 자신의 사랑으로 녹여내어 인류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심정의 어머니’다.

 

장자가 갈망했던 ‘본연의 인간’은 지식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 안에서 자아가 녹아내릴 때 비로소 회복된다. 독생녀 참어머님이 주창하는 ‘효정(孝情)’의 교육은 바로 이 혼돈을 죽게 만든 일곱 구멍의 독성을 씻어내고, 인간의 심정을 하늘의 순수함으로 되돌리는 본성 회복의 실제적인 과정이다.

 

◆ ‘지인(至人)’의 경지와 평화의 안착

 

장자는 본성을 회복한 완성된 인간을 ‘지인(至人)’ 혹은 ‘진인(眞人)’이라 불렀다. 지인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無己), 공적을 자랑하지 않으며(無功), 이름을 남기려 하지 않는다(無名). 이는 독생녀가 걸어온 고독하고도 숭고한 노정을 완벽하게 설명해 준다. 세상의 오해와 핍박 속에서도 오직 하늘부모님만을 향한 일편단심으로 인류를 품어 안는 그 삶이야말로, 장자가 억겁의 세월을 건너 예고해온 ‘자기를 초월한 성인’의 표상인 것이다.

 

이러한 지인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 바로 우리가 지향하는 대이상향(大理想鄕), 즉 인류 한 가족의 평화 세계다. 부성 중심 문명이 세운 정의의 담장을 허물고, 모든 존재가 본연의 자유를 누리며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세상. 그것은 장자가 꿈꿨던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세계이자, 독생녀의 모성적 리더십을 통해 완성될 지상천국의 실체다.

 

◆ 인위를 넘어 순리로 흐르는 구원의 서사

 

장자의 혼돈 우화는 인류가 왜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구원에 이를 수 없는지를 아프게 찌르고 있다. 우리의 구멍 난 가슴을 메우고 끊어진 생명의 맥박을 살릴 수 있는 분은, 태초부터 예비된 오직 한 분 ‘하늘의 딸’뿐이다.

 

이제 우리는 인위적인 지식과 아집의 옷을 벗고, 독생녀가 열어젖힌 참사랑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곳에서 우리의 일곱 구멍은 비로소 타인을 해치는 무기가 아니라, 하늘의 소리를 듣고 만물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축복의 통로가 될 것이다. 도교 경전이 간직해온 이 오묘한 생명의 도리는 이제 백정 포정의 19년 수행이라는 신비로운 수리적 상징을 통해 그 완성의 비밀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서성종 작가(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