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기차 보조금 문턱 낮춰… ‘국내 공급망 기여도’가 가른다

기준 통과 못한 제작사 전기차엔 보조금 無
7월부터 적용…개선·보완해 기준 갱신
평가 기준 논란 한 달만 대대적 손질

정부가 ‘수입차 차별 논란’이 제기된 전기차 보조금 지급 사업자 선정 기준을 대폭 수정했다. 국내 제작사에는 유리하고 외국 제작사에는 불리하다는 지적을 받은 ‘국내 특허 보유’, ‘소방차 등 공공서비스 차량 개발 여부’ 등의 항목이 대거 삭제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의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기준’을 확정하고, 올해 7월부터 해당 기준을 통과한 전기차 제작·수입사만 보조금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전기차량이 충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기후부는 지난 3월 전기차 보조금 산정 체계를 기존 차량 성능·가격 중심에서 국내 투자, 고용, 기술개발 기여도 등을 함께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기준에 국내 ‘산업기여도’와 ‘국내 특허 보유’ 등에 가점을 주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국내 업체에 비해 고용·투자 실적이 부진한 미국 테슬라, 중국 BYD(비야디) 등 해외 업체들이 보조금을 못 받거나 보조금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기후부는 자동차 업계 등 외부에서 제기된 의견을 전문기관 등과 검토해 선정 기준을 개선·보완했다

 

수입차 차별 논란이 제기됐던 평가항목 중 ‘특허 보유·출원 현황’,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국내 산학 협업 역량’은 최종 기준에서 제외됐다.

 

당초 지난 3월 공개된 안은 국내 특허 보유 건수에 따라 보급사업 수행업체에 1~5점 배점을 부여하는 방식이었다. 국내 특허를 20건 이상 보유하면 최대 배점인 5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해외 업체들에게 과도하게 불리한 조건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특허 보유 대신 ‘연구소·필수 시험설비 및 인력 보유’ 여부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장애인 차량과 소방차·응급차 등 공공서비스 차량 개발·제조 여부에 따라 최대 7점 배점을 부여하는 항목도 빠졌다. 이 항목 역시 국내 제작사에는 유리하고 외국 제작사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 기준.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확정된 평가기준은 총점 100점 만점으로 구성됐다.

 

항목별로 보면 △기술개발 역량(10점) △공급망 기여도(40점) △환경정책 대응(15점) △사후관리·지속성(20점) △안전 관리(15점)로, 5개 분야 13개 세부 평가항목에 따라 업체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검증한다. 60점 이상 획득한 사업자는 차기 평가 시기까지 국내 전기차 보급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기술개발 역량’의 경우, 국내 생산 또는 판매되는 전기차 및 부품 등의 기술 수준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 규모와 연구시설 및 전문 인력 현황을 평가한다. 대신 경쟁력을 갖춘 해외 본사가 존재하는 경우 연구개발 투자규모 평가 시 국내 법인뿐만 아니라 해외 본사의 실적을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3년간 국내에서 생산 또는 판매되는 전기차의 부품·배터리 개발, 성능 개선 등을 위해 투입한 연구개발비 규모에 따라 배점이 달라진다. 승용차는 연구개발비가 500억원 이상이면 최대 배점인 5점을 받을 수 있고, 승합·화물차는 200억원 이상이면 5점을 받을 수 있다.

 

‘공급망 기여도’는 사업자가 국내 전기차 가치사슬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생산 및 공급역량,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과 함께 고용 및 부품산업 전환에도 기여하는지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국내 전기차 양산라인을 운영 중이면 10점을 받을 수 있고, 국내 생산설비가 없으면 3점을 받는다.

 

‘환경정책 대응’에서는 저탄소 소재 적용, 배터리·부품의 재활용·회수 등 전기차 전주기에 걸친 환경 관리 역량을 점검한다. 이를 통해 전기차 보급 과정에서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폐자원 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사후관리 지속성’은 중장기적으로 사업을 유지해 결함시정(리콜) 등 소비자 보호 책임을 지속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구조적 능력을 검증한다. ‘안전관리’는 화재·결함 등 사고 발생 시 즉각 작동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평가하고, 전기차의 중요·민감 정보 유출 또는 원격제어 가능성 등 사이버 보안 대응 역량도 함께 검증한다.

 

기후부 관계자는 “이번 기준은 7월부터 적용되며, 다음 달쯤 업체별 보급사업 선정·탈락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결과를 기반으로 2027년도에 적용할 보조금 지급 사업자 선정 기준은 다시 보완·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