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이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정규직 노조와 사내하청 노조가 같은 시기에 동시에 진행된다. 원청과 하청이 각각 별도의 교섭 테이블에서 협상에 나서지만, 교섭 의제가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성과 공유에 맞춰지면서 이번 협상은 단순한 임금 인상을 넘어 국내 제조업 전반의 원·하청 노동구조를 재편할 중대한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13일 “원·하청 노조가 이날 오후 6시 울산 동구청 중강당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설명하는 공동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원청과 하청 노조가 한 자리에 모여 교섭 방향을 공동으로 주민들에게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국내 노동계에서 첫 사례다.
양측 노조가 내건 공통 의제는 ‘공정한 분배’다. 원청 노조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은 현장 노동자들의 땀과 숙련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회사 영업이익의 30%를 성과로 공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2026년 HD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을 3조628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청 노조 역시 “노동자의 땀방울에 등급을 매길 수 없다”며 원청과 동일한 수준의 성과금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하청노조 ‘동일노동, 동일임금’
하청 노조는 여기에 더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본급 14만9600원 정액 인상, 설·추석 및 여름휴가비 70만원 동일 지급,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참여 보장 등이 핵심 요구다.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온 장시간 노동 구조를 공식 의제로 올렸다. 하루 8시간을 1공수(일당)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다. 오세일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하청 노동자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9시간30분을 일해야 하루 일당을 받는 계약을 맺어왔다”며 “근로기준법에 부합하도록 근로계약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제50조는 하루 근로시간을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교섭 개시는 아직 불투명하다. 하청 노조는 지난달 교섭 요구안을 제출했지만 회사 측은 조합원 수와 교섭 대상 범위 등에 대한 추가 확인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조합원 현황은 이미 전달했다”며 조만간 교섭 일정 확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다시 발송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에서는 270여개 사내하청 업체를 통해 2만3900여명이 일하고 있지만, 사내하청 노조에는 8개 업체 13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HD현대중 노조는 ‘영업이익 30% 공유’ 요구
원청 노조도 전날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올해 요구안을 확정했다. 영업이익 30% 성과 공유와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호봉승급분 3만5000원 제외)이 핵심이다. 여기에 상여금 100% 인상, 휴양시설 운영을 위한 경상비 20억원 출연, 신규채용 확대, 임금체계 차별 해소, 특별휴가 확대, 휴가시설 포인트제 도입 등의 요구도 포함됐다.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고용 안정 대책도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 노조는 조선업종노조연대와 함께 생산 현장에 AI를 도입할 경우 노동권과 고용을 보호할 제도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또 정규직 퇴직 인원 이상 규모의 신규 채용도 공동 요구안에 담았다. 조선업종노조연대에는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HD현대삼호 등 8개 조선사 노조가 참여하고 있다.
노조는 오는 20일 전후로 요구안을 회사 측에 공식 전달하고 다음달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