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영국 총리… 트럼프 “거취는 본인이 결정할 일”

英 여당 지방선거 참패 후 총리 사임론 확산
트럼프, “英 죽음으로 몰아가선 안 돼” 경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여당인 노동당의 지방선거 참패 후 당내에서조차 ‘사임’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여기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지난 2월28일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전쟁에 돌입한 뒤 동맹인 영국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스타머를 맹비난한 바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미국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연루 의혹에 노동당의 지방선거 참패까지 악재가 겹치며 취임 후 약 2년 만에 사퇴 압박에 직면했다. 로이터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영국 PA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중국 국빈 방문을 위해 백악관에서 출발하기 전 기자들과 대화하는 도중 영국 국내 정치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지난 7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노동당은 야당들에게 기록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에 노동당 일반 의원들은 물론 내각의 장관들 가운데 일부까지 스타머에게 “책임 지고 물러나라”는 요구를 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나는 항상 그(스타머)에게 북해에 매장된 석유 시추 관련 규제를 완화할 것을 요구했다”며 “북해 석유의 품질은 세계 최고인데 영국은 이를 개발하지도, 그렇다고 다른 나라의 개발을 허용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머를 향해 “북해 석유 시추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영국으로 몰려드는) 이민에 강경하게 대처하라”는 조언을 했다. 특히 이민 규제에 관해선 “유럽 전역이 이민으로 인해 매우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스타머의 거취에 관해 트럼프는 “그건 본인이 알아서 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당신(스타머)은 영국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일침을 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사실상 스타머 퇴진론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4년 7월 하원의원 총선에서 당시 야당이던 노동당은 650석 가운데 무려 403석을 차지하며 일약 집권당이 되었다. 총리에 오른 스타머는 여당 의석이 원내 3분의 2에 가까운 압도적인 여대야소 정국 속에서 막강한 권한을 발휘하며 장기 집권을 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취임 후 경제 부진과 복지, 이민 정책 등 국정 운영에 대한 실망감으로 지지율은 급격히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트럼프는 미국·이란 전쟁 발발 후 영국이 미국을 충분히 돕지 않는다며 스타머를 맹비난해왔다. 게티이미지

스타머가 지난 2025년 임명한 피터 맨덜슨 주미 대사가 미국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2019년 사망)과 각별한 관계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그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걷잡을 수 없이 추락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스타머의 정무적 판단 감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했다. 미국은 가중 중요한 동맹인 영국의 전폭적 지원을 기대했으나, 영국은 미국 군용기의 자국 기지 이용을 거부하는 등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이는 트럼프를 퍽 분노케 했다. 비록 지난 4월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미국 국빈 방문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으나, 스타머에 대한 트럼프의 불만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