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호르무즈해협 통항과 관련, ‘단계적 기여’를 언급했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와 중동 정세를 모두 고려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안 장관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전날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과 만나 호르무즈해협 통항 재개에 대해 “기본적으로 우리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참여는 하겠다, 단계적으로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이 정도 수준까지 얘기했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단계적 기여의 방법과 관련해선 △지지 표명 △인력 파견 △정보 공유 △군사적 자산 지원 등을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안 장관은 “국제법과 국내법 절차를 준용하며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앞으로 기여하는 방안에 대해 단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측이 구체적으로 한국의 역할을 요청한 데 따른 답변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입장을 먼저 원론적으로 설명한 차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장관은 호르무즈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나무호 사건에 대해서도 헤그세스 장관과 대화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전시작전통제권의 조속한 전환에 대해 헤그세스 장관이 공감을 표시했다고도 전했다. 안 장관은 “한국 주도의 한반도 방위를 실현하기 위한 국방비 증액, 핵심 군사역량 확보 등을 설명했다”면서 “전작권 전환, 핵추진잠수함 건조 추진 등 주요 동맹 현안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안 장관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달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 달성 목표 시기를 회계연도로 ‘2029년 1분기 이전’으로 제시한 것과 관련, “그것은 군사 당국자의 이야기이고, (이는) 정책적 결심사항”이라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 시기는 한·미 정상이 최종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재명정부는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국정과제로 추진해왔다. 특히 2029년 1월에 만료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임기 안에 전작권 전환을 완료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였다.하지만 실질적인 조건 충족에 대한 양국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작권 전환 시기를 앞당기려는 정부의 의도는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전작권 전환은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임무수행능력 검증을 포함, 한국군의 연합 방위 주도에 필요한 군사적 능력 등을 확보하는 작업까지 이뤄져야 한다. 이와 관련된 다수의 조건과 평가를 충족하고 양측이 합의하는 것이 전작권 전환의 핵심적 요소다. 안 장관이 전작권의 조속한 전환에는 양국 간 공감대가 있지만 “미측에서 약간 다른 생각을 가진 부분이 있다”고 설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브런슨 사령관은 “정치적 편의주의가 (전작권 전환)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고 발언한 바 있었다. 이번 한·미 국방장관 회담 공동보도문에선 전작권 전환과 관련, 원론적 언급만 포함됐다.
안 장관은 한·미 정상이 동의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추진과 관련해서도 “안보 사안은 경제 문제와 다른 트랙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이 이란과 전쟁 중인 상황, 중국·북한 문제 등을 감안하더라도 조속히 실무협의를 개최해야 하지 않느냐는 데 미국 측과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안 장관은 이날 헝 카오 미 해군성 장관 대행을 만나 한국의 핵잠 도입이 한·미 공동 안보이익 증진에 기여하고 한·미 동맹 격상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해군성 차원의 적극적인 지지를 당부했다. 또 한국이 함정 건조에 우수한 생산성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미투자특별법 제정을 통해 대미투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만큼 조선 협력에서 미국의 최적 협력 파트너임을 강조했다. 안 장관은 방미 기간 로저 위커 미 상원 군사위원장, 잭 리드 상원 군사위 간사, 릭 스콧 상원 군사위 해양력소위원장 등 의회 인사들도 만나 동맹 현안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