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發 ‘세수 잭팟’… 경기 남부 재정 훈풍

2026년 지자체 역대급 지방세 전망

이천, 하이닉스 영향 8000억 확보
삼전 본사 수원, 지소세 1000억대
화성·평택 등도 인프라 확충 ‘속도’
“미래 산업 투자·경제 활성화 온힘”

반도체 업계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면서 해당 기업들이 포진한 경기 남부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불과 2년 전 업황 부진으로 법인지방소득세(이하 지방소득세) ‘0원’이라는 유례없는 세수 결손 사태를 겪었던 이들 지자체는 반도체 낙수효과로 올해 역대급 세수를 기록할 전망이다.

 

코스피가 7844.01 포인트로 종가 기준 최고치를 경신한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SK하이닉스가 전 거래일보다 14만1000원 오른 197만6000원을 나타내고 있다. 뉴시스

1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기업은 소재지 지자체에 주민세와 재산세, 지방소득세 등을 납부한다. 이 중 지방소득세는 법인세 과세표준액에 1.0~2.5%의 세율을 적용하는 세목으로, 기업 경영 실적에 따라 변동폭이 매우 크다. 반도체 실적 개선이 지자체 재정의 ‘수혜’로 직결되는 이유다.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이천시의 세수 증가는 독보적이다. 2024년 3111억원 수준이던 지방세수는 지난해 6182억원으로 2배 가까이 뛴 데 이어 올해는 8081억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잭팟’의 핵심은 역시 기업 실적과 연동된 지방소득세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급증하면서 올해 이천시가 거둬들일 관련 지방소득세만 612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시 전체 세수의 75.7%에 해당하며, 단일 기업인 SK하이닉스 한 곳에서 발생하는 세수가 시 전체 예산의 약 25%를 감당하는 구조다.

 

삼성전자의 거점 도시들도 환호하기는 마찬가지다. 2023년 반도체 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이듬해인 2024년 반도체 업체들로부터 지방소득세를 단 한 푼도 걷지 못했던 수원·용인·화성·평택시는 올해 일제히 ‘세수 정상화’를 넘어 기록적 수치를 경신 중이다.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수원시는 지난해 447억원이던 지방소득세가 올해 1000억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화성시 역시 지난해보다 1000억원가량 증액을 기대하고 있고, 평택시는 지난해 550억원에서 올해는 최대 2배까지 세수 확대를 내다보고 있다.

 

용인시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230억원이던 삼성전자발(發) 지방소득세는 올해 63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계된다. 용인시는 특히 이동·남사읍 일대에 조성 중인 국가 산업단지와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공되면 재정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들이 2023년 삼성전자로부터 징수한 지방소득세가 거의 없었던 상황을 고려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인 셈이다.

 

일각에선 내년 추가 세수 유입이 기존 전망치의 2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수원·화성·평택 등은 벌써 3000억~4000억원대 관련 세수 확보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풍부해진 세수는 시민들이 체감하는 행정 서비스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진다. 세수 결손으로 예산 확보가 지연됐던 각종 도로망 확충, 복지 시설 건립, 주민 편의 사업 등에 다시 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상권도 들썩이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현실화하면서 고액 연봉자들의 소비가 늘고, 이에 따른 자동차 취득세나 지방소비세 등 부가적 세수 유입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해당 지자체들에선 주요 지역의 아파트값이 들썩인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장기적인 경기 불황 속에서도 앵커 기업을 보유한 지역은 든든한 재정 버팀목을 갖게 된 셈”이라며 “반도체 호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늘어난 세수를 기반으로 미래 산업 투자와 지역 경제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