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후조정으로 마련된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협상이 13일 결렬되면서 노조 총파업 시계가 빨라진 가운데 사측이 법원에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가 주목된다. 노조가 추가적인 대화 가능성을 일축하며 파업 강행 의지를 내비쳐서다. 특히 긴급조정권이 발동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합법적인 파업의 경우 법원이 제동을 걸기 어려운 데다 삼성전자 파업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로,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정 절차다. 긴급조정권 발동 시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하며, 30일간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중노위는 조정 및 중재 절차를 진행한다.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대로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총파업에 들어갈 경우 직간접적인 경제적 피해가 막대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삼성전자와 협력업체에 큰 타격이 불가피한 데다 반도체 공급망 훼손과 신뢰도 하락에 따른 고객사 이탈 등으로 국가전략산업인 반도체 경쟁력 저하 및 국가 경제 피해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 수출의 35%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0.78%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주가가 파업 여파로 하락할 경우 수백만 주주가 크게 손해를 보는 등 한국 자본시장에도 미칠 충격도 상당할 전망이다. 반도체 초호황기에 공장을 멈추겠다는 삼성전자 노조 파업을 두고 일각에서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에 부합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는 신중한 모습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한 질문에 “노사가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는 파업까지 이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대화를 주선하고 분초를 쪼개 양쪽을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도 “검토하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긴급조정권 카드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부가 노사 양측이 절충점을 찾도록 다각도로 노력했음에도 노조가 파업을 강행한다면 긴급조정권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삼성전자 파업을 우려하고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압도적일 경우 정부도 가만히 두고 보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여권 입장에선 6·3 지방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삼성전자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방안을 사측이 제시할 경우’를 전제로 대화 여지는 남겨뒀다. 사측도 “마지막까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의 요구가 사측 입장에선 도저히 수용할 수 없이 과도한 터라 막판 타결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날 수원지법에서 열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사건 두 번째 심문 기일에서도 노조는 사측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최승호 노조위원장은 법원에서 만난 취재진에 “사후조정까지 5개월 동안 교섭을 하면서 회사의 안건은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며 “정당하게 파업권을 얻은 만큼 ‘적법하게’ 쟁의행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법원에서 사측 요구를 받아들이더라도 총파업 자체를 원천 봉쇄하기는 어렵다. 가처분 신청이 위법한 쟁의로 한정되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 내에서의 총파업은 가능하다. 다만, 법원 결정에 따라 합법적 파업의 범위가 좁아지고 위반 시 손해배상이나 업무방해 등 책임이 커질 수 있어 파업 동력이 떨어질 수는 있다. 재판부는 이날 노조 측 PPT 발표와 사측 입장을 청취하는 등 1시간 45분간 심문을 이어간 후 “심사숙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