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가 구속 송치됐다. 그는 자신을 스토킹으로 신고한 여성을 당초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가 다른 이에게 분풀이한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14일 살인·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장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이날 오전 유치장에서 나온 장씨는 호송차로 향하며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장씨는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뻣뻣이 들고 카메라를 빤히 응시하거나 취재진을 쳐다봤다.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냐”, “증거인멸을 한 이유가 무엇이냐” 등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오전 장씨의 정면과 좌·우측 사진과 성명, 나이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광주에서 피의자의 신상공개가 결정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번 조치는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라 이뤄졌다. 장씨의 신상정보는 이날부터 내달 15일까지 30일간 광주경찰청 홈페이지에 게시된다.
장씨는 어린이날이던 지난 5일 새벽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A(17)양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A양의 비명을 듣고 도우러 온 B(17)군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장씨가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20대 외국인 여성 C씨를 살해할 목적으로 범행을 준비했다고 판단, 살인예비 혐의도 추가했다.
경찰 조사 결과 장씨는 범행 이틀 전인 지난 3일 C씨로부터 스토킹 가해자로 경찰 112 상황실에 신고됐다. 스토킹 신고의 초동 조치는 현장에서 종결됐으나, 이성적 호감을 일방적으로 표시해왔던 장씨는 화를 삭이지 못했다. 신고 후 타 지역으로 떠난 C씨를 찾지 못해 이틀간 거리를 배회한 장씨는 분노 표출 대상을 홀로 귀가하던 여고생으로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 초기 경찰은 장씨의 범죄를 이상동기 범죄, 이른바 ‘묻지마 범죄’로 분류하고 범행 동기 규명에 주력했다. 이후 행적 재구성, 프로파일러 면담, 스마트폰 포렌식 등을 통해 경찰은 장윤기의 범행을 ‘분노범죄’로 규정했다. 범행 목적이 뚜렷했고, 증거 인멸 등 나름의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는 점에서 불특정 다수를 무차별적으로 노리는 여타 묻지마 범죄와 구분되는 유형이라고 결론 내렸다.
C씨의 별건 고소로 수사가 착수된 성폭행 혐의, 112 신고 직전 이뤄진 손찌검 등 스토킹과 연결된 사건들에서는 관계성 범죄의 고위험 징후도 드러났다.
하지만 장씨는 현재 “사는 게 재미가 없었다. 자살을 고민하던 중 범행을 결심했고, 누군가 데리고 가려 했다”는 진술을 반복하며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