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정상회담] 공항영접에 '반은퇴' 한정 보낸 시진핑…속내는

의전서열 높지만 공산당 상무위원서 물러나 실권 없어
오바마 2기 때는 외교부장, 트럼프 1기 때는 당 정치국원이 영접
오바마 임기 첫해엔 '후계 유력 부주석' 시진핑이 나가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밤(이하 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을 때 중국 측이 공항 영접에 한정(韓正·72) 국가부주석을 내보낸 것은 명분을 내주고 실리를 취하려는 속내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측이 의전 서열은 높지만 실권 있는 자리에서는 물러난 한 부주석을 내보내 다층적 메시지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베이징 수도 국제공항에 도착해 한정 중국 부주석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그는 국무원 상무부총리로 재직 중이던 2022년 10월에 열린 제20차 중국공산당 당대회에서 중국 권력의 정점인 정치국 상무위원직에서 물러났고, 중앙위원회에서도 빠졌다.



그는 이어 2023년 3월 중화인민공화국 부주석으로 취임한 이래 고위 외교 사절로 활동하며 의례적 역할을 맡아왔으며, 사실상 반은퇴 상태다.

그는 작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취임식과 2023년 5월 영국 찰스 3세 국왕과 카밀라 왕비의 대관식에 중국 대표단장으로 참석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중국 정책을 담당했던 줄리언 거위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비록 부주석이 의례적 직책이라 할지라도 그 직함이 지위를 중시하는 미국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줄 것임을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는 이번 정상회담 내내 중국이 상징과 실질을 어떻게 맞바꾸려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의전과 화려한 행사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활용해 경제적 갈등 고조를 막고 중국 입장에서 시간을 벌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 부주석을 내보낸 것이 과거보다 더 도전적이고 자신감에 찬 중국의 태도를 반영한다고 본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시아 담당 고문을 지낸 에번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중국 외교에서 의전은 곧 본질이며, 특히 국빈 방문에서는 더욱 그렇다"며 "도착 환영 행사는 의전 게임의 첫 번째 관문이자 중국이 존중을 표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NYT는 버락 오바마 취임 첫해이던 2009년과 그의 집권 2기이던 2014년, 그리고 트럼프 취임 첫해이던 2017년의 사례를 들어 상황에 따른 중국의 태도 변화를 설명했다.

2026년 5월 13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접을 나온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에 방문했을 때는 양제츠 중국공산당 정치국원 겸 외교 담당 국무위원이 그를 영접했다.

중국공산당에서 정치국원은 정치국 상무위원 다음으로 꼽히는 자리다.

당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런 중량급 인사가 트럼프를 공항에서 영접한 것은 중국이 양국 지도자 사이의 만남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을 공항에서 맞이하려고 내보낸 인사의 형식적인 의전 서열은 더 높아졌지만 실질적 중량감으로는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대아시아 '피벗(pivot)' 정책이 한창이던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당시 국무위원이나 정치국원이 아니었던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영접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09년에는 정치국 상무위원이던 시진핑(習近平) 당시 국가부주석이 나왔다.

당시 시 부주석은 중국 최고지도자이던 후진타오(胡錦濤)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으며, 결국 2012년 11월에 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직을, 2013년 3월에 국가주석직을 각각 물려받았다.

이런 중국의 미묘한 태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들을 공항에서 맞이하도록 내보내는 인사들의 직급은 여전히 다른 나라 지도자들을 대할 때보다 높다.

2024년 국빈 방문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 부주석보다 직급이 낮은 선이친(諶貽琴) 국무위원의 영접을 받았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