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자극이 만든 '터널 비전'…거절 신호 못 읽고 '나 홀로 핑크빛'

성적 흥분 상태에서는 상대의 모호한 반응을 호감 신호로 해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라이히만대학교 연구팀은 성적 자극이 상대방의 관심 신호를 해석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성격 및 사회심리학 분야 학술지 ‘성격 및 사회심리학 회보’에 지난 7일 게재됐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성적인 내용이 담긴 영상을 본 뒤 온라인 채팅에 참여했고, 다른 그룹은 비성적인 영상을 시청한 뒤 같은 방식으로 대화를 진행했다. 채팅 상대는 일부러 관심과 무관심이 섞인 애매한 반응을 보이도록 설정됐다. 연구진은 이후 참가자들에게 상대의 매력도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고 느꼈는지 등을 평가하도록 했다.

사진은 해당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음. 픽사베이

그 결과 성적인 영상을 본 참가자들은 상대를 더 매력적으로 평가했고, 상대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는 비율도 더 높았다. 실제로 상대가 명확한 호감을 드러내지 않았음에도 성적 흥분 상태에서는 모호한 반응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면 상대가 분명하게 거절 의사를 표현했을 경우에는 대부분 정확히 인식했다. 연구진은 성적 흥분이 현실 판단 자체를 완전히 흐리기보다는, 상황에 해석의 여지가 있을 때 낙관적 인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같은 현상을 일종의 ‘터널 비전’으로 설명했다. 성적 흥분 상태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주의가 집중되면서 상대의 미묘한 거리두기나 거절 신호를 충분히 읽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구리트 비른바움 교수는 “성적 흥분은 참가자들이 모호한 상호작용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을 유의미하게 높였다”며 “흥분 상태에서는 상대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면서 기대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런 낙관적 편향이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과정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상대에게 먼저 다가가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동시에 상대의 실제 의사를 정확히 읽지 못해 관계 초기 오해를 키울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