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쉰들러’ 문형순 경찰서장 실화, 영화로 만든다

제주 4·3 당시 “부당하므로 불이행”…주민 300여명 목숨 구한 ‘경찰 영웅’
제주콘진원 다양성영화제작지원작 선정…4·3 80주년 개봉 목표

제주 4·3 당시 주민 수백명을 구해 ‘한국의 쉰들러’로 불린 고(故) 문형순 전 제주 모슬포경찰서장 실화가 영화로 만들어진다.

 

영화제작사 에이치필름은 ‘경찰영웅’ 문형순 전 서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부당하므로 불이행’(가제)을 제작한다고 14일 밝혔다.

 

2024년 5월 국립제주호국원에서 고(故) 문형순 전 모슬포경찰서장 안장식이 열리고 있다.

문 전 서장은 제주 4·3 당시 예비검속자를 처형하라는 공문에 ‘부당하므로 불이행’이라는 글을 적고 반송함으로써 주민 300여명을 구한 인물이다. 그는 아우슈비츠에서 학살당할 위기에 처해진 유대인을 구한 쉰들러에 비교되며 ‘한국의 쉰들러’라고 불린다.

 

문 전 서장은 일제강점기 광복군 등에서 항일무장 독립운동을 했다. 또 광복 후 제주 4·3 당시 민간인 총살 명령을 거부해 제주민 수백명의 목숨을 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경찰영웅’으로 선정돼 2024년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됐다.

 

이 영화를 기획하고 각본을 쓴 고훈 감독은 “일반 공동묘지에 묻혀 있는 문형순 서장의 무덤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언젠가 이 분의 이야기를 꼭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분의 유해가 호국원에 안장 되던 날, 당시 살아 남았던 생존자의 인터뷰를 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그날부터 곧바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고 밝혔다.

 

문형순 전 서장.

또한 그는 “이 영화는 한 경찰을 영웅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참극을 막은 경찰의 시선으로 제주 4·3을 새롭게 보려는 것”이라며 “피해자 중심의 서사를 넘어 4·3 콘텐츠의 다양성을 시도하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의 제작과 프로듀서를 겸하고 있는 고혁진 대표는 “영화 ‘지슬’ 이후 4·3을 영화화하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져왔다. 하지만 경찰의 시선에서 바라본 4·3은 이 영화가 처음”이라면서 “이런 시도는 제주 4·3 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에 있어도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부당하므로 불이행 했던 한 경찰관의 행동이 비단 80여년 전의 일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훈 감독은 제주 출신으로 영화 ‘어멍’, ‘그날의 딸들’에서 해녀와 4·3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었고, 고혁진 대표는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 등 4·3 뿐만 아니라 제주적 소재로 영화를 꾸준히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4년 5월 국립제주호국원에서 고(故) 문형순 전 모슬포경찰서장 안장식이 열리고 있다.

제작사는 “이번 프로젝트는 영화계에서 경험이 풍부한 제주 출신 영화인들이 합작하는 4·3 영화로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영화는 2028년 제주 4·3 80주년에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4·3 80주년을 맞아, 국민들이 이 영화를 통해 의미뿐만 아니라 영화적인 재미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 이라고 전했다.

 

‘부당하므로 불이행’(가제)은 2024년 제주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올해 제주 다양성영화제작지원작으로 선정돼 제작비를 지원받게 됐다. 제작사는 “지원금액만으로 제작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올해 제작이 완성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다”면서 “시민분들이 격려와 응원을 해주신다면 영화가 완성되고 극장에 걸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