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의 총장은 충북 음성 출신이다. 어느 날 자신의 고향 ‘음성(陰城)’을 왜 음성이라고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하기에 음성의 어원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음성(陰城)’을 왜 한자로 그늘 음[陰], 성 성[城]자를 써서 ‘음성’이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찾을 길이 없었다. 한자대로라면 ‘그늘진 성’인데 상대적으로 너른 평야 지대로 이루어진 음성 지역에는 뚜렷한 성터도 없지만 ‘그늘진 성’ 같은 것은 더더욱 없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음성은 본래 고구려 때 잉홀현(仍忽縣)이었는데 신라 경덕왕 때 ‘음성(陰城)’으로 바꾸어 지금에 이른다고 했다. 또 하나 음성의 옆 동네 괴산(槐山)과 음성은 종종 한 묶음이 되었다가 나뉘기를 반복하다가 지금에 이르렀는데 괴산의 옛 이름이 ‘잉근내홀(仍斤內忽)’이어서 ‘잉홀(仍忽)’이라는 음성(陰城)과 ‘잉근내홀(仍斤內忽)’이라는 괴산(槐山)의 지명 간에 서로 어떤 상관성이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한편 ‘陰城’의 다른 지명에는 ‘雪城’도 있다. 어떻게 동일한 지명이 때로 ‘仍’으로 때로 ‘仍斤’으로 때로 ‘陰’으로 때로 ‘槐’로 때로 ‘雪’로 반영될 수 있는가.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말 땅이름을 나타내는 여러 자료들 속에서 ‘仍/芿’은 흔히 ‘너~넙’이나 ‘늘~느’를 나타내어 왔음을 상기해야 한다.(예, 仍?火達~너븐달, 芿?洞~넙골, 芿?島~넙도, 仍邑岾~넙고개) 그리고 ‘槐’의 우리말 훈이 ‘느릅~느틔’인 것도 참조가 된다.
김양진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