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작 ‘베니스의 상인’이 국립극장 해오름 무대에 오른다. 1200석 대극장에서 한 달(7월8일∼8월9일)이나 공연하는 연극으로선 보기 드문 대장정이다. 도박에 가까운 이 흥행 실험 중심에 두 원로 배우가 선다. 1958년 연극 ‘꽃잎을 먹고 사는 기관차’로 데뷔한 박근형은 유대인 금전업자 샤일록을 홀로 맡는다. 1962년 연극 ‘소’로 데뷔한 신구는 베니스의 법과 질서를 상징하는 공작으로 출연한다. 법정 공방의 정점에서 “한 파운드의 살”을 둘러싼 계약과 자비의 문제를 마주하는 인물이다.
60여년 전 중앙대학교 학부 공연에서 샤일록으로 연기해 이근삼(1929~2007) 작가로부터 “가장 큰 수확”이라는 칭찬을 받았던 박근형은 14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권선징악이 아닌 인간 그 자체를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1973년 국립극장 해오름 개관작 ‘성웅 이순신’에서 서애 유성룡 역을 맡았던 신구는 “무대가 참 컸던 기억이 있다. 쉽지 않은 무대”라며 “이번 작품을 같이 의논하면서 30일 공연에 3만명은 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서울이 1000만 도시라고 하지만 3만명을 모으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죠. 그래도 어떻게든 객석을 채워보자는 마음으로 애쓰고 있습니다.”
대극장 연극 공연에 대해 박근형도 “베니스의 상인을 해오름극장에서 올리는 것은 상업극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선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진정한 상업극으로 가는 첫 번째 발걸음이라고 생각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셰익스피어가 남긴 38편 연극 중 ‘베니스의 상인’은 ‘문제극(Problem Play)’으로 분류된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희극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모호하고 어두운 톤으로 현실과 타협하는 인간의 양면성을 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