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26-05-14 19:05:43
기사수정 2026-05-14 19:05:42
美 증권거래위 공시서 지목
“韓정부, 취약계층 등 대출 장려
채무불이행 위험 증가시킬 수도
생산적 금융은 마진에 압력 우려”
국내용 사업보고서엔 반영 안 해
주요 금융지주들이 생산적금융·포용금융 확대를 “올해 경영상 위험 요인”이라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적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용 공시에는 반영하지 않은 내용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신한금융·우리금융지주 등은 지난달 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2025회계연도 사업보고서를 신고했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하나금융은 현지 거래소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하지 않아 빠졌다.
이들 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가 2025년 저소득층 또는 금융 취약계층 차주에 대한 은행들의 우선 대출을 장려해 접근성을 개선하는 포용적 금융 이니셔티브를 실행했다”, “최근 한국 정부는 이른바 ‘생산적 금융’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강조하며, 은행들이 전략적·생산적 산업에 대한 대출과 투자를 확대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등으로 생산적·포용금융 기조를 설명했다.
KB금융은 포용금융 관련 “고객 채무불이행 위험을 증가시킬 수도 있는 사업 관행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연체율 증가와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도 “정책 계획에 대응하는 노력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당사의 연체율 증가 및 자산건전성 악화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우리금융은 “이런 정책(생산적 금융) 추진으로 인해 원래대로라면 지원하지 않았을 부문에 금융 지원을 제공해야 할 수도 있으며 의도치 않은 비용이나 손실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순이자마진에 압력이 가해질 수 있으며 사업 관행의 조정이 요구됨에 따라 고객들의 대출 부실 위험이 증가할 수 있고, 이는 연체율 상승과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생산적·포용금융 관련 부분은 지난해 보고서에 없다가 이번에 새로 추가됐다. 금융감독원을 통해 공시한 국내용 사업보고서에는 올해도 빠져 있다. 미국 법률 시장 특성상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충분히 알리지 않을 경우 주주들에게 집단 소송을 당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 SEC 공시의 경우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솔직하게 밝히는 것이 일반적이고, 외국인들에게 생소한 한국의 정책과 맥락을 좀 더 설명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정부 눈치를 보느라 대놓고 제기하지 못하는 우려를 해외 공시를 통해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