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세금 규제에 ‘매물잠김’ 심화… 매매·전세 동시 오름세

서울 아파트값 다시 ‘들썩’

양도세 중과 전 급매물 다 팔리고
1주택자는 ‘갈아타기’ 어려워져
“집주인들 다시 호가 올리는 분위기”
외곽 중심 가격 키 맞추기도 한몫
공급절벽 속 규제 위주 정책 지적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시장에서는 과거 규제 강화 정책이 반복됐던 시기처럼 매물은 줄고 가격 불안은 커지는 흐름이 재현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이 14일 발표한 ‘5월 둘째 주(11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8% 상승하며 6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뉴스1

부동산 시장은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다는 뜻) 매수세가 나타날 만큼 수요 심리에 민감하고 공급 부족 우려에 크게 영향을 받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2만7000여가구 수준으로 예년보다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지난해 도입된 10·15 대책은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의 매물 출회까지 위축시키며 시장의 매물 씨를 말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일부터 양도세 중과가 다시 시행된 가운데 연내 추진 가능성이 거론되는 보유세 강화 방안 등을 두고도 시장에서는 단기 규제만으로 매물 부족 현상을 바꾸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 규제 압박에 일부 매물이 나올 수는 있지만 공급 부족 우려가 큰 만큼 시장 흐름 자체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지난 9일 6만8495건에서 이날 6만4067건으로 4428건(6.5%) 줄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통화에서 “양도세 중과 전에 내놓은 급매물은 대부분 거래됐고 지금은 호가를 다시 올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관악구 신림동의 다른 공인중개업소 대표도 “매매나 전세나 동난 상태”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와 세금 부담 등이 겹치면서 시장 내 매물 회전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구조가 이어지는 것으로 본다. 집을 팔더라도 다시 서울 안에서 갈아타야 하는 경우가 많아 매도 물량이 기대만큼 늘어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이미 집을 팔 사람은 대부분 양도세 중과 시행 전에 움직였고 지금은 매물 회전 자체가 안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윤 랩장은 “1주택자들은 집을 팔더라도 무주택자로 남기보다 다시 다른 집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다”며 “1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고 해서 집값 안정 효과로 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했다.

 

최근 강남권 조정 역시 집값 하락이라기보다 지난해 급등 이후 일시적인 ‘숨 고르기’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해 들어 단 한 차례도 하락하지 않고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윤 랩장은 “지난해 크게 올랐던 강남3구와 용산·성동·마포 등이 잠시 쉬어가는 흐름을 보였을 뿐 서울 집값 흐름 자체가 꺾인 것은 아니다”라며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된 이후 다시 기존 상승 흐름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매물 부족과 전셋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서울 집값 오름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1주택자들은 세 부담이 예상보다 크지 않은 데다 대출 규제로 갈아타기도 쉽지 않아 적극적으로 매도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매물 감소와 전셋값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당분간 호가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송파·서초·강동 등 강남권 인기 지역에서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된 이후 매물 감소와 호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서대문·동대문·강서구 등 실거래가와 매물 호가 차이가 크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갈아타기 수요까지 유입되면서 서울 전역으로 상승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연구원은 “추가 급매물 출회를 기다리던 수요자까지 다시 매수에 나서면서 중저가 지역 중심으로 가격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비거주 1주택자 규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등 추가 정책 방향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점도 시장 불안 요인으로 보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정책 방향만 제시된 상태라 시장 참여자들이 집을 팔지, 보유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월세 시장 불안이 이어질 경우 일부 임차 수요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