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지킬 의지 없는 국가는 시험당한다

호르무즈 정박 중 나무호 피격
한국 정부 미온적 태도 반복 땐
이란에 쉬운 상대로 인식 우려
이익 지킬 실용주의 안보 필요

이란이 한국을 공격했다. 나무호 피격에서 다행히 사상자는 없지만 한국을 노린 공격이다. 공격 주체는 이란의 샤헤드 계열 드론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폭발의 규모, 충돌 양상, 그리고 1분 간격의 연속 공격 패턴은 최근 전장에서 반복된 자폭드론 공격의 전형적인 특징과 거의 일치한다. 이란이 보유한 소형 대함미사일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어느 경우건 이란의 공격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요한 것은 공격 의도다. 이번 공격은 한국 선박을 겨냥한 의도적인 행동으로 보인다. 이란 입장에서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면서도 동시에 군사적 대응 의지가 가장 약한 국가, 즉 가장 위험 부담이 적은 시험대상으로 보였을 것이다. 문제는 후속 조치다. 나무호 피격 후에도 정부가 여전히 미온적 태도를 반복한다면, 한국이 압박 가능한 상대라는 이란의 인식을 더 강화시킬 뿐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오늘날의 해양안보는 더 이상 군함 간의 충돌로 설명되지 않는다. 드론, 전자전, GPS 교란, 소형 무인정과 기뢰가 결합된 회색지대 해양전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은 실제로 선박 피격과 나포, 기뢰 공격을 반복하며 대부분 전면전 직전까지 가지 않는 회색지대 강압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얼마나 강한가가 아니라, 상대가 얼마나 대응을 주저하는가였다.

그간 한국은 호르무즈 봉쇄 국면에서 미국의 군사적 참여 요청에 대한 대응만을 고민해 왔다. 우리가 시작하지 않은 전쟁에 피를 흘릴 수는 없다는 기조는 타당했다. 그러나 나무호의 공격 주체가 이란임이 확인된 시점에서 우리는 더 이상 단순한 제3자가 아니다. 한국 선박이 공격받았고, 한국 해운과 에너지 공급망이 직접 위협받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전략수로다. 중동산 원유와 LNG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에게 이 수로의 불안정은 단순한 외교 현안이 아니라 국가 생존과 직결된 안보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거리를 두면 안전할 것”이라는 낡은 셈법으로는 우리의 이익이 지켜지지 않는다. 특히 회색지대 분쟁에서는 중립 자체가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응 의지가 약하다고 판단되는 순간, 가장 먼저 시험 대상이 된다.

그렇다고 한국이 곧바로 미국의 군사작전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미국의 전쟁 수행 지원이 아니라, 한국 스스로의 해양안보를 지키기 위한 독자적 대응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MFC(Maritime Freedom Construct)에 대한 접근은 보다 현실적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PF(Project Freedom) 같은 직접 군사작전 참여에는 신중해야 하지만, 정보 공유와 해양 상황 인식, 선박 보호와 비전투 지원 중심의 제한적 참여는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특히 한국 선박의 항로 관리와 위협 정보 공유, 구조·후송·통신 중계 같은 임무는 국제법적으로도 정당성이 높고, 동시에 한국의 실질적 국익에도 부합한다.

청해부대의 증강도 필요하다. 현재 단순한 대해적 임무에 특화된 청해부대를 선박 보호를 위한 전투가 가능한 수준으로 증강하는 것 자체도 메시지가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리한 전투 호송이 아니라 한국 선박 보호를 위한 감시·정찰·대피 지원 체계다. 동시에 드론과 전자전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해양 방어 개념도 준비해야 한다. 지금의 위협은 과거 소말리아 해적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나무호 피격 사건은 단순한 해상 사고가 아니다. 한국이 더 이상 “안전한 중립지대”에 존재하지 않음을 이번 사건이 확인시켰다.

국제질서가 흔들리는 시대에 자유항행과 해상교통로 안전은 누군가 대신 지켜주는 공공재가 아니다. 스스로 지킬 의지가 없는 국가는 가장 먼저 시험당한다. 우리의 이익을 지키는 실용주의가 필요한 때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