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 “이런 망신 없다”며 주문한 자살예방, 실효성 높여야

사문화된 관련 법안 현실화 필요
폭증 온라인 유해 정보 차단 시급
경찰의 불송치 수사 관행도 문제
19일 서울 마포구 마포대교 한강북단 하류 ‘SOS 생명의 전화’ 모습 /2026.2.19 유희태 기자

세계일보가 탐사기획 ‘자살예방법, 국가의 책무’를 통해 들여다본 실태는 이 법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자살유발정보 유통 처벌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였다.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처벌 사례는 가물에 콩 나듯 했다. 2019년 7월 신설된 19조 1항을 위반한 혐의로 법정에서 유죄가 선고된 건 2024년 3월이 처음이다. 지난 3월까지 관련 혐의 기소도 누적 기준 19건에 그쳤다.

자살유발정보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는 등 가짜뉴스와 비교해도 치명성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그런데도 처벌이 따르지 않으니 온라인에 넘쳐나는 것 아닌가. 신고 건수만 따져도 2019년 3만2588건에서 2024년 40만1229건으로 급증했다. 자살유발정보를 올리는 행위만으로도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자살유발정보 탓에 3년 전 딸을 잃은 아버지는 최근까지 이곳에서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을 발견했다며 참담해했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또 다른 피해자는 생기지 않아야 한다”며 당국·커뮤니티 측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참척의 슬픔 속에서 더 이상의 희생은 막아야 한다는 절규에 우리 사회는 응답해야 한다.



당국의 안이한 대응이 피해를 키우고 있다. 2024년 자살유발정보 신고 대비 삭제는 심의 지연 등으로 15.4%에 불과했다. 자살방법을 담은 게시물인데도 처벌 대상이 아닌 자살유해정보(개인의 감정 표출이나 고통 호소)로 판단하고 불송치하는 경찰의 수사 관행도 문제다. 자살유발정보 유통은 자살 방조나 다름없는 범죄다. 형해화된 자살예방법 위반 혐의를 적극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인 자살률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이런 망신도 없다”며 예방대책에 힘을 쏟으라고 주문했다. 자살예방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일이 첫걸음이다. 이 법에 따라 전국 95개 병원은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자살을 시도한 이를 돌보는 사회복지사 중 82%(작년 기준)가 비정규직이다. 본지 취재 결과 이들은 사무실도 없이 전전하면서 2년마다 직장을 옮겨야 하는 처지라고 한다.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없는 환경이다. 자살자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감소가 기대된다지만,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