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A군은 ‘교원의 정치기본권’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 같이 답했다. A군은 “선생님들이 퇴근한 후에야 어떻게 하든 교실 내에선 철저히 금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년 새 신고 2배 급증... “아이스크림 사주겠다”며 선거인단 가입 지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원단체들의 ‘정치기본권 보장’ 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정작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 위반 사례가 속출하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경기 평택시의 한 고교 교사는 최근 수업 중 학생들에게 “가입하면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며 특정 교육감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선거인단 가입을 지시했다가 지난달 경찰에 고발당했다. 앞서 3월 전북 전주시에서 열린 상담교사 간담회에서는 현직 교사가 ‘OOO 예비후보 캠프’라고 적힌 명패를 사용해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수사를 받고 있다.
현행 교육기본법에 따르면 교사는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학생을 지도·선동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된다. 그러나 교사들의 정치중립 위반 사례는 비단 한두 건이 아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시도교육청에 접수된 교사의 편향 발언 등 신고 사례는 75건에 달했다. 2022년 31건에서 2023년 28건으로 주춤하다가 2024년 50건을 기록하는 등 3년 새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이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거나 신속히 처리할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현재는 전용 창구 없이 국민신문고를 거쳐 교육부와 교육청으로 전달되는 구조라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다. 김승수 의원은 “교사들의 정치적 발언과 관련해서 접수되는 민원이 매년 늘고 있지만 관련 기관들은 구체적인 통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교육부와 중앙선관위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면 허용이냐 금지냐 이분법 벗어나야”… 교원단체 간 온도차도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선 교사의 정치기본권 법제화에 앞서 ‘교실 내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찬반 논쟁에 매몰되기보다 교육 현장의 혼란을 막을 정교한 매뉴얼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경아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이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상황에서 찬반을 논의하는 단계는 지나갔다”며 “정치·시민교육에도 제약이 있으므로 올바른 교육 환경을 위해서라도 교원의 정치기본권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대 쟁점인 ‘학생 평가의 공정성’은 넘어야 할 산이다. 교사가 정치 성향에 따라 학생들에게 불리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우려다.
이 연구위원은 “평가권은 전적으로 선생님의 권리인데, 정치 성향으로 인해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가진 않을지 우려하는 학부모도 있다. 해외에서도 관련 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집중적으로 규제돼야 할 요소”라며 “법령 개정 전이라도 ‘교실 안 금지선’을 명확히 하는 매뉴얼을 최소 1년 정도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원단체 간 이견 조율도 과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정당 가입은 허용하되 선거운동 참여 등 적극적 정당 활동은 금지하자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수업 시간 외에는 당원 활동 등 폭넓은 정당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교육부는 최근 협성대 산학협력단에 ‘교원의 정치기본권 확대와 교육현장 운영방안 연구’ 용역을 의뢰하며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지침 마련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