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강압 수사를 받은 고(故) 홍성록씨 유족에게 국가가 7천7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유족 측은 배상액이 지나치게 적다며 항소를 예고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06단독 안동철 부장판사는 15일 홍씨의 자녀 2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국가가 원고들에게 각각 3천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들의 청구액은 총 4억7천여만원이었으나 16% 수준만 인정된 것이다.
지난 3월 재판부는 화해 권고 결정을 통해 국가가 유족들에게 각 1억8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했으나 피고 측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날 선고가 이뤄졌다.
이후 경찰은 언론에 홍씨의 자백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언론은 홍씨의 얼굴을 공개하며 가출한 부인에 대한 증오심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등 정신이상자·변태성욕자로 보도했다.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홍씨를 석방했으나 그 이후에도 홍씨의 직장, 이웃을 찾아가 탐문수사를 지속했다. 홍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으며 형사들이 찾아올 것이 두려워 취업을 단념했었다고 한다.
홍씨의 자녀들 또한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강요받았다. 경찰은 당시 만 10세, 7세였던 자녀들에게 "아빠를 보고 싶으면 똑바로 하라"며 윽박지르는 등 강압수사를 이어갔다.
사건 이후 사회적으로 고립된 채 알코올에 의존하던 홍씨는 간경화 및 간암을 진단받았으나 경제적 기반이 없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지난 2002년 3월 사망했다. 지난 2019년 이춘재가 사건의 진범으로 밝혀졌으나 홍씨는 생전 명예를 회복하지 못했다.
박 변호사는 "낙인 속에서 힘들게 살아온 삶의 고통을 이렇게 몰라주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면서 "아쉬운 판결이지만 이 판결을 통해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억울하게 수사받은 분들이 권리를 주장할 길이 열려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약 20년간 복역한 윤성여씨와 그 가족들은 지난 2022년 총 21억7천만원의 국가배상 판결을 받았다.
당시 법무부가 윤씨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면서 1심에서 인정된 배상액이 그대로 확정됐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9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뒤 암으로 사망한 고 윤동일씨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윤씨의 유족이 제기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은 변론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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