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일각의 긴축 재정 요구에 선을 긋는 메시지를 잇따라 내면서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 상승을 주도한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초과 세수가 전망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세수 여건 등을 주시하며 재정 운용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15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무조건 긴축 주장하는 분들이 나라를 생각한다면 꼭 봐야 할 기사”라며 한 언론 보도를 공유했다. 해당 보도에는 줄리 코잭 국제통화기금(IMF)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의 부채는 지속 가능한 수준이며, 부채 위기가 발생할 위험도 낮다”고 언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대통령은 특히 코잭 대변인의 언급 중 “한국이 현재 매우 신중한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비록 현재 다소의 재정 확장 기조가 보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재정 확장은 매우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한 부분을 직접 엑스에 재인용하기도 했다. 또 코잭 대변인이 “궁극적으로 한국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구조 개혁을 뒷받침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한국이 직면한 인구 구조적 압박을 고려할 때 이런 생산성 향상은 향후 경제 성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 부분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이 ‘긴축론’을 향해 직접 반박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에는 엑스에 나라살림연구소가 IMF 재정모니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순부채비율 전망치가 주요국보다 훨씬 낮았다는 보도를 인용하며 “시도 때도 없이 긴축 노래 부르는 이상한 분들에게”라고 적은 바 있다. 7일에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IMF의 한국 순부채비율 전망치가 주요국 대비 낮은 것은 착시’라는 내용의 한 언론 보도를 거론하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12일 국무회의에서 역시 “지금과 같은 위기의 시대에는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국가의 역량을 키우는 데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의 눈을 속이는 포퓰리즘적인 긴축재정론의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고 말하는 등 연일 긴축론에 반박하고 확장재정 기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 여력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재정 투입의 필요성을 내비친 것이다.
청와대 참모진들 역시 확장재정에 힘을 싣는 메시지를 내는 중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8일 반도체 사이클로 2027년까지 역대급 초과 세수가 쌓일 수 있다면서 세입 추계 등 재정 정책에 있어 더욱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류덕현 청와대 재정기획보좌관은 같은 날 “글로벌 기준에서 보면 어떤 잣대를 들이대도 한국의 재정은 튼튼하다”며 “이제는 유령과도 같은 부채비율 프레임에서 벗어나 우리가 가진 강력한 재정 여력으로 어떻게 국가 경제의 활력을 높일지 논의해야 할 때”라고 했다.
다만 청와대는 김 실장의 ‘국민배당금제’ 언급으로 관심이 집중된 ‘반도체 초과 세수’에 대한 활용 방안을 현재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일부 언론에서 ‘김 실장이 최근 류 보좌관 등에게 초과 세수 활용 방안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해 “반도체 초과 세수 활용 방안 검토는 사실이 아니다”며 선을 그은 것이다. 청와대는 “정부는 경기 상황, 세수 여건, 재정투자 방향 등을 상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 변동에 따라 세수 전망을 점검하고 이에 따른 재정 운용 방향을 조정하는 것은 일상적인 업무로, 반도체 초과 세수를 특정해 활용 방안을 검토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