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등 국가폭력 사건에서 국가가 미리 지급한 배상금에 대해 가해 공무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해도 법원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가 청구한 금액과 법원에서 인용된 금액의 차이가 70억1881만여원에 달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국가폭력 피해자 권리 구제를 강조하고 있는데, 세금으로 배상이 이뤄지는 만큼 가해 공무원으로부터 ‘회수’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단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법무부가 제공한 ‘2021∼2025년 국가배상 판결에 따른 가해 공무원 구상권 청구 현황’을 보면 구상권 청구액 대비 인용액은 최근 5년간 평균 42.2%에 그쳤다. ‘과거사’나 ‘군 내 가혹행위’ 등 사건에 대한 국가배상 판결로 가해 공무원의 위법행위가 인정됐지만, 세금으로 배상한 뒤 공무원으로부터 받아내지 못한 돈이 적잖은 것이다.
통계를 보면 가해 공무원 위법행위가 구상권 청구소송의 원인 행위가 된 사건 청구액은 5년간 121억5254만여원이었는데, 인용액은 51억3372만여원(42.2%)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청구액 대비 인용액 비율은 2021년 63.0%, 2022년 8.2%, 2023년 60.7%, 2024년 8.2%, 2025년 41.4%로 해마다 편차가 컸다.
구상권 행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는 건 시간이 많이 흐른 과거사 사건이 국가폭력 사건의 주를 이루기 때문으로 보인다. 피의자를 개인으로 특정하기 어려운 데다가, 고의 또는 중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
문제는 배상금이 모두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점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무원이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한 직무 집행을 한 경우, 손해를 입은 사람은 정부 산하 배상심의회에 배상신청을 하거나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판결로 인정된 배상액을 1심을 수행한 검찰청이 지급하고, 군인이나 군무원이 가해자인 사건은 국방부 예산으로 배상한다.
한편 이날 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을 맞아 광주 국립묘지를 방문한 정 장관은 “법무·검찰은 그간 일부 업무 처리 과정에서 국민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최근 법무부는 국민의 인권과 권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소송 사건에서 상소를 포기 및 취하했고, 검찰은 과거사 사건에서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구형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