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안 먹었을 뿐인데…”
오전 8시 조금 지난 서울의 한 지하철역 출구. 손에는 휴대전화와 테이크아웃 커피가 들려 있다. 집에서 밥을 먹고 나온 사람보다 빈속으로 커피부터 마시며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이 더 많이 보이는 시간이다.
바쁜 아침엔 한 끼쯤 거르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문제는 그런 날이 반복될 때다. 오랜 공복 뒤 달콤한 음료나 빵으로 급하게 첫 끼를 해결하는 습관이 이어지면 몸이 받는 부담도 조금씩 커질 수 있다.
17일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세 이상 국민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35.3%였다.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이 아침을 거르는 셈이다.
연령별로 보면 결식은 젊고 바쁜 세대에서 더 두드러졌다. 30대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46.8%, 40대는 39.1%였다.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연령층에서 첫 끼가 가장 쉽게 밀려나는 구조다.
혈당 관리 지표도 이미 경고음을 내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4’에 따르면 2021~2022년 통합 기준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전단계 인구는 약 1400만명으로 추정됐다.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4명꼴이다.
당뇨병전단계는 아직 당뇨병으로 진단되지는 않았지만, 공복혈당이나 당화혈색소가 정상 범위를 넘어선 상태를 말한다. 방치하면 당뇨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식사 시간과 첫 끼의 구성도 관리 대상이 된다.
◆아침 거른 뒤 첫끼가 더 중요하다
아침을 한 번 거른다고 바로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단순히 ‘아침을 먹었느냐’보다, 긴 공복 끝에 어떤 음식으로 첫 끼를 시작하느냐다.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달콤한 음료나 빵으로 급하게 속을 채우는 일이 반복되면 몸은 혈당 변화에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계란이나 두부, 우유처럼 단백질이 있는 음식부터 곁들이면 부담을 조금 덜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농촌진흥청과 한국교원대 연구진은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 2016~2020년 자료를 활용해 식사 횟수와 결식 유형, 만성질환 지표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두 끼를 먹는 남성은 세 끼를 먹는 남성보다 대사증후군 위험이 1.16배 높았다.
특히 두 끼를 먹는 경우 점심이나 저녁을 거른 경우보다 아침을 거른 남성에서 대사증후군 위험이 1.22배 높았다. 여성에서도 아침 결식 때 고혈당 장애와 이상지질혈증 위험 증가가 확인됐다.
물론 이 결과는 관찰자료다. 아침 결식 하나가 곧바로 대사질환을 만든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아침을 자주 거르는 생활 패턴이 혈당, 복부비만, 지질 지표와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짚어볼 대목이다.
빈속에 달콤한 믹스커피를 마시고, 오전 11시쯤 흰빵이나 과자로 첫 끼를 때우는 식사는 혈당을 빠르게 올릴 수 있다.
이후 혈당이 다시 떨어지는 과정에서 피로감과 허기가 커지고, 점심 과식이나 오후 간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아침을 거른 날일수록 첫 끼가 더 조심스러워야 하는 이유다.
◆달걀 1~2개, 바쁜 아침의 ‘단백질 출발점’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주 거론되는 식품은 달걀이다. 조리법이 간단하고, 가격 부담이 비교적 낮고, 단백질을 빠르게 보충할 수 있어서다.
식품안전나라 식품영양성분DB에 따르면 삶은 달걀 100g당 단백질은 13.49g이다. 큰 달걀 1~2개를 먹으면 아침을 빵이나 음료만으로 넘기는 것보다 단백질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백질은 당류나 정제 탄수화물보다 소화·흡수 속도가 느린 편이다. 첫 끼에 단백질이 들어가면 포만감 유지에도 유리하다.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에게 아침 메뉴의 순서와 구성이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고 달걀이 모두에게 같은 답은 아니다. 고지혈증 치료 중이거나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 신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섭취량을 의료진과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삶은 달걀이라도 소금이나 마요네즈를 많이 곁들이면 장점은 줄어든다.
바쁜 아침에는 완벽한 식단보다 실패하지 않는 선택이 중요하다. 편의점에서 단 음료와 크림빵을 집기 전, 삶은 달걀이나 무가당 요구르트를 먼저 고르는 식이다.
◆견과류 한 줌, 많이 먹으면 ‘건강식’도 부담
견과류도 바쁜 아침에 붙이기 좋은 식품이다. 호두, 아몬드, 피스타치오 같은 견과류에는 불포화지방산과 식이섬유, 미네랄이 들어 있다. 오래 씹어야 해 허기를 늦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양은 중요하다. 미국심장협회는 견과류 1회 섭취량을 작은 한 줌, 약 1온스 정도로 설명한다. 국내 식생활에서 말하는 하루 한 줌, 약 25~30g 수준으로 보면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건강식이라는 이름만 믿고 봉지째 먹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견과류는 열량이 낮은 식품이 아니다. 설탕이나 소금, 초콜릿 코팅이 들어간 제품은 혈당과 나트륨 관리 측면에서도 부담이 커진다.
보관도 챙겨야 한다. 견과류는 지방 함량이 높아 시간이 지나면 산패될 수 있다. 냄새가 불쾌하거나 맛이 쓰게 변했다면 먹지 않는 편이 낫다. 소량씩 구입해 밀폐 용기에 담고, 서늘한 곳이나 냉장고에 보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결국 아침 식사의 핵심은 거창한 건강식이 아니다. 달걀 1~2개, 무가당 요구르트, 견과류 한 줌, 채소나 통곡물처럼 혈당을 급하게 흔들지 않는 조합을 고르는 일이다.
반대로 빈속에 단 음료, 흰빵, 과자류를 먼저 넣는 습관은 줄이는 편이 낫다.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아침을 많이 먹느냐보다 무엇으로 하루를 시작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은 혈당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아침을 거르지 말라’는 말 자체보다 첫 끼의 구성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긴 공복 뒤에는 단 음료나 정제 탄수화물보다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먼저 보충하는 식습관이 혈당 변동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