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리더필름이 나올 때부터 관객들이 박수를 치더라. 몇몇 장면에서도 박수가 나왔다. 그게 방해가 아니라 오히려 영화를 더 즐기게 만드는 요소였다. 관객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구교환)
“상영관 들어가면서 벅찬 마음도, 걱정도, 긴장도 있었지만 잘 봐주실 거라는 설렘과 떨림이 있었다.” (신현빈)
16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 팔레드페스티발에서 만난 영화 ‘군체’의 배우 구교환과 신현빈은 월드 프리미어 상영 직후의 감정을 이렇게 풀어냈다.
두 배우 모두 처음 밟는 칸 레드카펫이었다. 이날 자정 무렵 진행된 레드카펫 행사는 예정보다 지연되며 영화 상영도 약 30분가량 늦어졌지만, 현장은 팬들의 환호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구교환은 장난스러운 포즈와 여유 있는 태도로 레드카펫을 즐겼다.
그는 “레드카펫이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경험이었다”며 “(관객들이) 우리를 보러 온 것이고, 우리도 그들을 만나 데이트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는 도심의 대형 복합 건물에서 집단 감염 사태가 벌어지며 시작되는 좀비 영화다. 생명공학자 권세정(전지현)을 중심으로 생존자들이 봉쇄된 공간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구교환이 연기한 ‘서영철’은 이 모든 사태를 촉발한 천재 과학자다. 해외에서는 그의 광기와 구교환의 연기가 영화 ‘조커’ 속 주인공에 비견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구교환은 “관객들에게 서영철을 잘 소개하고, 서스펜스를 잘 제공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대 연출자라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했다. “서영철은 이 영화 속 사건의 연출자다. 모르는 척하면서도 모든 걸 장악하고 있고, 자기 시나리오대로 끌고 간다. 감염 사태를 일으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인물이고, 이날 자기 인생에서 가장 큰 이벤트를 설계한 거다.”
신현빈이 연기한 ‘공설희’는 감염 사태가 벌어진 빌딩 바깥에서 내부를 추적하는 과학자다.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에 놓여 있지만, 전문가로서 소임을 놓지 않는 캐릭터다. 집단에서 계속 다른 주장을 펼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어려움에 처해 있기도 하다.
극 중 관계 설정도 흥미롭다. 설희의 남편 한규성(고수)은 생존자 집단 리더 세정의 전 남편이기도 하다. 복잡한 관계망에 놓인 설희와 세정의 관계가 껄끄러울 법도 하지만, 두 여성은 ‘쿨’하고 끝내 뭉클한 연대로 이어진다.
신현빈은 “두 인물 모두 성숙한 유형의 캐릭터라고 생각했다”며 “각자 속한 세계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지만,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믿음으로 함께하기로 결정한다는 점이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관계성을 보시는 분들이 재밌어하시지 않을까요.”
두 배우 모두 ‘군체’의 가장 큰 매력으로 배우들의 앙상블과 팀워크를 꼽았다. 구교환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미장센은 인물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잘 짜인 라인업”이라며 “너무 매력적인 배우들이 자기 타석에 들어서 매번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자부했다. 이어 “시나리오를 읽으며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게임의 캐릭터 선택창이 떠올랐다”며 “게임처럼 각자 역할이 분명하고, 서영철은 그 최종 보스 같은 존재”라고 덧붙였다.
신현빈 역시 “분리된 공간에서 다양한 배우들이 함께하고, 때로 섞이는 구조를 보면서, ‘나도 그 안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연상호 감독과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있는 ‘연니버스’ 단골 배우다. 연 감독과의 작업 방식에 대해 구교환은 “첫 테이크는 배우 해석을 충분히 보고, 이후 다듬어가는 방식”이라며 “감독님이 배우의 연기를 흡수하고 디렉션에 들어가는데, 기분 좋게 통제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신현빈 역시 “매 작품이 너무 다르고, 매번 너무 다른 미션을 주시지만 배우를 자유롭게 해주신다”고 말했다.
신현빈은 ‘군체’의 매력에 대해 “2시간 동안 극장에서 굉장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영화”라며 “좀비물에 익숙한 관객에게도 진화해나가는 좀비가 주는 새로움과 공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체’는 21일 국내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