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재개했지만…삼성 직원 간 퍼진 분열 씨앗, 협상 소외 DX 직원들 어쩌나

DX부문 성과급 소외 반발에 이탈 가속
사실상 DS노조원 중심으로 협상 지속
협상 타결되도 DX부문 받아들일지 불확실성 커져
직원들 상호간 비방 분위기 커지며 ‘상흔’
같이 협업해야 하는데, 경영 차질 우려도

이재용 회장이 직접 “삼성인은 한 가족”이라 호소한 이후, 노사가 다시 협상 재개 시동에 들어간 가운데, 해결되지 않은 ‘노노갈등’의 여파가 다시 커지는 모양새다. 가전·모바일 등 완제품(DX·디바이스경험) 부문 조합원들이 성과급 협상에서 소외되자 초기업노조를 “그만두겠다”며 탈퇴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탈퇴 러시’에 초기업노조의 최대 노조 대표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단순히 탈퇴에 그치지 않고 내부 갈등이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분쟁으로까지 비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최대 노조의 ‘과반 지위’가 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계에선 협상이 마무리되도, 이번 갈등에서 벌어진 DS와 DX간 갈등이 추후 회사 경영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사옥에 걸린 삼성그룹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스1

1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는 DX부문 소속 조합원들의 탈퇴 신청이 쇄도하며 내부 균열이 발생하고있다. 현재까지 탈퇴를 신청한 인원만 4000명에 육박하는데, 이는 초기업노조 내 DX부문 전체 인원(약 8500∼9000명)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이들은 이번 임금 교섭이 반도체(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에만 치중돼 DX부문이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을 기폭제로 삼아 탈퇴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노조 측으로부터 탈퇴 처리가 늦어지자 사내 게시판 등에서는 “파업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고의 지연 아니냐”는 불만도 쏟아졌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이에 대해 “한 달 새 탈퇴 신청이 4000건가량 몰려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오늘(14일)도 500여건 이상 처리했다”며 단순한 업무량 급증에 따른 행정 지연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DX부문 조합원들의 대규모 이탈이 초기업노조의 ‘과반 지위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지난 15일 오후 12시 기준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7만1750명이다. 초기업노조가 과반 노조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체 임직원의 절반 수준인 6만4000여명 선을 지켜야 한다. 현재 신청된 4000여명의 탈퇴가 확정될 경우 조합원 수는 6만7000명대로 급감하게된다. 불과 3000명 밖에 차이가 나지 않게 된다. 남은 DX부문 직원들도 계속해서 탈퇴 행렬이 이어진다면 과반이 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파업을 주도하는 직원들 다수가 DS부문 직원이라 당장의 파업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초기업노조의 과반 노조 지위가 흔들릴 경우 사측과의 향후 교섭 주도권이나 법적 정당성이 큰 폭으로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5일 고용노동부로부터 획득한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를 상실할 수있는 데다, 내년도 삼성전자 내 복수 노조들과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주도권이 약화할 가능성도 있다. DX가 빠진 DS부문 중심의 '반쪽짜리' 노조로 영향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 사후조정 마지막날인 13일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노사 협상이 결렬되면서 21일로 예정된 총파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은 이날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본사 모습. 뉴시스

◆같이 가야 할 ‘한 가족’인데 싸움 기간 쌓인 DX와 DS의 앙금 

 

단순히 초기업노조의 대표성 약화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이번 갈등으로 DX부문과 DS부문 직원 간 앙금이 쌓이고 있어서다. 노노(勞勞) 갈등은 이미 법적 분쟁으로 번지며 임계점에 도달했다. 앞서 15일 일부 DX부문 조합원들은 현 노조의 대표성을 문제 삼으며 임금협상 체결 및 파업 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단순한 이탈을 넘어 노조의 결정권 자체를 부정하는 집단 행동이 본격화된 셈이다.

 

재계에선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지금은 성과급 지급 여부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고 있지만, 결국 DX와 DS는 힘을 합쳐야 한다. DX는 DS에서 생산한 칩을 토대로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DS부문 입장에서도 DX부문은 매출을 책임져 주는 고객사다. 특히 두 부문다 SK하이닉스, TSMC, 애플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측이 협업으로 시너지를 내도 모자란 상황에 갈등이 생겨버리면 회사 입장에서도 곤란하다. 재계 관계자는 “협상 이후 직원간의 화합에도 회사가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