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 길게 뻗은 다섯 줄기의 대나무. 그 뒤편으로 마치 숲의 정령처럼 여성 무용수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작품은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하늘과 땅을 잇는 죽(竹)의 곧음과 힘에 반응하는 탄력. 대나무만이 갖는 특성이 몸의 언어로 번역되며 무대를 가득 채운다. 기괴하다 싶을 정도의 극단적 자세에 리듬과 탄력이 더해지면서 강렬한 역동성을 만들어내고 에너지를 분출한다.
서울시발레단이 신작 ‘인 더 밤부 포레스트’를 15∼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초연했다. 2024년 창단한 서울시발레단이 만들어낸 두 번째 전막 창작 레퍼토리다. 혼돈에 빠진 한 남자가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 평안을 찾아가는 여정을 프롤로그와 여섯 춤판으로 펼쳐낸다.
작품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건 2장 ‘죽(竹). 유연하면서도 굳건한’부터다. 무용수들이 동작을 멈췄다가 다시 이어가는 독특한 방식이 인상적이다. 동작이 가속되는 순간은 ‘우후죽순(雨後竹筍)’이다. 하루에도 수십 센티미터를 솟구치는 대나무의 폭발적 생명력이 무대 위에서 그대로 재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