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생산적인 말을 위한 입조심

여당 대표가 이번 6월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말조심’과 ‘낮은 자세’를 주문했다. 표를 깎아내릴 수 있는 여당의 ‘말 리스크’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말 한마디에 투표 민심이 급변하는 경험의 반영일 것이다.

입조심을 요구하게 한 사례는 이미 여러 건이다. 예를 들어 부산 북갑 보궐선거구인 구포시장에서 대표 자신과 출마자가 함께 선거운동을 하면서 어린 초등학생에게 (출마자를) ‘오빠라고 해 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강요였다. 강요는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믿게 하거나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강제하려고 할 때 사용하는 공격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상대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낄 정도로 압박을 가하는 상황으로 만드는 것이다.

또한 여당 의원(박성준)은 “시민들한테 공소 취소가 뭐예요? 한번 물어보세요. 10명 중 8명, 9명은 잘 몰라요”라고 했다. 대통령의 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사가 법원에 재판을 요구하는 권한을 없애려는 것으로 비판받는 ‘공소 취소’를 시민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단정이다.

여당 지지자, 야당 지지자를 막론하고 국민을 모욕하고 비하하는 막가파식 파괴적인 말이다. 파괴적 공격 커뮤니케이션은 상대에게 불만감을 낳고, 관계의 질을 떨어뜨리고, 신뢰감을 앗아가고, 분노감을 낳는다.

공격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생산적인 공격 커뮤니케이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논쟁(argumentativeness)이다. 논쟁은 자신의 의도와 의견을 적절한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상대의 자존심, 자아를 거친 말로 감정적으로 공격하지 않고, 이슈나 논쟁거리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개진하여 상대의 입장이나 의견을 압도하는 데 목표를 둔다(‘Arguing constructively’, Infante). 공격의 대상과 방법이 파괴적인 말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이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 이하의 정치인, 정당인들이 파괴적인 말 공격으로 말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건전한 공동체 문화를 훼손한다.

‘너 죽고 나 살자’는 선거의 본질상, 후보자들이 공격적 커뮤니케이션을 구사하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나라와 국민, 지역과 주민들의 삶의 질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선출 공직을 맡겠다고 자임하는 정치인과 정당인은 파괴적인 말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말이 인격이고, 공공선의 바탕임을 명심해야 한다.

시간과 공간의 제한 없이 선거운동을 하는 입을 국민이 지켜보고 기록하고 해석하는 디지털 시대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입은 마음대로 풀더라도 파괴적이 아닌 생산적인 말을 하는 ‘입조심’은 해야 한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