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혈관도 로봇으로 봉합… 아산병원 초미세수술 ‘새 장’

‘시마니’로 고난도 재건수술 성공

국내 의료진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초미세수술 로봇을 활용해 머리카락보다 가는 1㎜ 미만의 혈관을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고도의 숙련도를 갖춘 의료진만 시행할 수 있었던 초미세수술 영역에 로봇 기술이 본격 적용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7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성형외과 홍준표·서현석·박창식·권진근 교수팀은 최근 초미세수술 로봇 시마니(Symani)를 이용해 육종암 환자 김모(57·여)씨에게 유리피판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유리피판술은 환자 자신의 조직을 떼어내 결손 부위에 옮겨 붙이는 재건수술이다. 이식한 조직이 생착하려면 떼어낸 조직의 혈관과 결손 부위의 혈관을 정확하게 이어야 한다. 이번 수술은 허벅지 부위 악성 말초신경초종이 의심돼 종양과 주변 조직을 넓게 절제하면서 왼쪽 서혜부에 큰 결손이 생긴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의료진은 오른쪽 서혜부에서 건강한 피판을 채취해 결손 부위에 이식하고, 초미세수술 로봇으로 0.3~0.8㎜ 두께의 동맥과 정맥을 정밀하게 봉합했다.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권진근 교수(오른쪽)가 초미세수술 로봇을 이용해 하지 림프부종 환자에게 약 0.4㎜의 가느다란 림프관을 정맥에 연결하는 림프정맥간 문합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1㎜ 미만 혈관을 다루는 초미세수술은 고배율 현미경 아래에서 정교한 손기술이 필요한 고난도 수술로, 의료진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초미세수술 로봇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됐다. 시마니는 집도의의 손동작을 미세하게 축소해 로봇 기구로 전달하고, 떨림 보정 시스템으로 생리적 손떨림을 줄여준다. 0.1~2.5㎜ 수준의 작은 혈관과 림프관을 문합·봉합·결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서울아산병원은 2023년 11월 이탈리아 개발사 엠엠아이와 업무협약을 맺고 연구·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해왔으며, 올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이후 고난도 재건수술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앞으로 유리피판술과 림프관정맥간 문합술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서현석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이번 수술은 초미세수술 로봇이 실제 환자 치료에서 고난도 초미세혈관 문합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확인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며 “로봇 초미세수술의 표준 프로토콜을 정립하고 더 많은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