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 513명… 정치개혁 실패·野 무능 탓

지방의회 선거 제도 완전히 바꿔야
인구 51만 도시에 후보 못 낸 국힘
기댈 것은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그제 6·3 지방선거 후보자 가운데 513명이 무투표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광역·기초자치단체 의회 의원 510명과 기초단체장 3명이 그렇다. 이는 직전 2022년 지방선거 당시의 509명보다 많을뿐더러 역대 최다 인원이라고 한다. 민주주의의 핵심이 복수정당제와 유권자들의 선택권 행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투표 당선은 국민의 참정권을 사실상 박탈하고 알권리를 침해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무투표 당선 사례가 늘어나는 것 자체가 우리 정치 제도의 실패이자 민주주의 퇴보로, 심각하게 우려할 일이다.

현재 광역의원은 지역구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선거구마다 1명씩 뽑는 소선거구제다. 자연히 더불어민주당은 호남, 국민의힘은 영남을 싹쓸이하다시피 한다. 거대 양당을 제외한 소수 정당 후보들은 영호남 지역 광역의회로의 진출을 꿈도 꾸기 힘든 구조다. 기초의원은 선거구마다 2∼4인(일부 시범 지역 최대 5인)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다. 문제는 정당별 복수 공천이 가능한 상황에서 절반 이상이 2인 선거구로 획정됐다. 가령 호남 선거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 2명이 나서면 승산이 없는 선거에 누가 나서려 하겠나. 무투표 당선자를 제도적으로 양산하는 구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한 정치 개혁안이 발의됐지만, 거대 양당의 묵살 끝에 불발에 그쳤다.



기초단체장의 경우 야당이 경기 시흥시장과 광주 서·남구청장 후보자 공천에 실패하며 현직 단체장 3명의 무투표 당선이 확정됐다. 민주당 초강세 지역인 광주는 그렇다 쳐도 인구가 51만명에 이르는 수도권 대도시 시흥에 후보 한 명 내세우지 못한 국민의힘의 무능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당 안팎에선 “수도권 민심에 역주행하는 장동혁 대표가 자초한 인물난”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앞서 경기지사 후보 선정 과정에서도 극심한 구인난을 겪었다. 이러고도 수권 정당이 되겠다며 표를 호소할 수 있나.

선관위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선 후보자 총 7829명 가운데 무려 34%가 전과자라고 한다. 국가보안법 위반, 음주운전은 물론 사기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이도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세금 체납 전력이 확인된 후보자도 전체의 14%나 됐다. 심지어 남성 후보자의 11%는 병역 미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후보들을 공천한 정당은 국민을 우습게 본 것이다. 유권자들이 선거 공보물 등 정보를 꼼꼼히 검토해 옥석을 가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