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 과시했지만… 대만·이란전·관세 ‘빅딜’은 없었다

2박3일 美·中 정상회담 ‘빈손’

호르무즈 재개방·이란핵 불용
中, 원론적 동의… 시각차 노출
習 ‘대만 레드라인’ 노골적 경고
美 보잉기 판매 합의 200대뿐
젠슨 황 갔지만 AI칩 완화 무산

트럼프, 대만 방어 의지 말 아껴
라이칭더 “대만은 中 일부 아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틀 동안 6번의 대면에서 개인적 유대를 과시하며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대만 문제를 비롯해 이란 전쟁, 관세 등 핵심 갈등 현안 대부분은 미해결 상태로 남겨졌다.

 

16일(현지시간) 미·중 전문가들과 주요 외신들은 이번 회담의 가장 큰 한계로 예상보다 구체적인 성과가 크게 부족했다는 점을 꼽았다. 이번 회담의 가장 기본적인 성과 기준으로 여겨졌던 무역 휴전 기간 연장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무역 분야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음에도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지 못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의 명소 톈탄공원을 방문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기대를 모았던 세부 경협 방안들도 시장의 예측을 밑돌았다. 당초 시장에서는 중국이 미국 보잉 항공기를 최대 500대까지 주문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 합의는 200대에 그쳤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막판에 방중 일정에 합류했음에도 첨단 인공지능(AI) 칩 판매 제한 완화와 관련해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미국산 농산물·에너지 구입 약속에 대해 중국 측은 구체적인 내용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중국 상무부는 “양국은 일정 범위 제품에 대한 상호 간의 관세 인하 등 조치를 통해 농산물을 포함한 분야의 양방향 무역 확대를 추진하는 데 동의했다”며 “무역위원회를 통해 관련 제품의 관세 인하를 토론할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이란 전쟁을 둘러싼 미·중 간의 이견도 노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이란 문제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으며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등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주장했지만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성명의 뉘앙스는 사뭇 달랐다.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이란 전쟁을 두고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며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평화협정 체결 노력을 지지한다는 원론적 입장과 함께 이란 전쟁이 세계 경제와 에너지 공급망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는 지적을 담았을 뿐, 미국이 기대한 이란에 대한 실질적 압박이나 중재 카드에 대해선 함구했다. 푸충 주유엔 중국대사도 정상회담 직후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규탄하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중국 분석국장은 중국 측 발표문에 이란 비핵화에 대한 합의나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제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전무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시 주석이 정말로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해 돕겠다고 말했는지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이후 에브라힘 아지지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 위원장은 “호르무즈해협 선박 통행을 관리하기 위한 전문적인 메커니즘을 마련했으며, 이를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이란전을 두고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AP연합뉴

무엇보다 대만 문제는 향후 언제든 미·중 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뇌관’이 됐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미·중이 충돌할 수 있다며 고강도 경고를 발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중국의 대만 공격 시 미국이 대만 방어에 나설지’ 직접 물었다고 언급했다. 대만 문제가 양국 관계의 ‘레드라인’임을 분명히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만 방어 의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노코멘트’로 전략적 모호성으로 대응했다. 이런 모호성이 시 주석을 포함한 중국 지도부의 대만 관련 ‘모험’을 억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해협과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 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이날 민진당 창당 40주년 기념행사에서 “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일부가 아니다”라며 “대만은 이미 주권 독립 국가”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이 실질적 돌파구가 되진 못했지만 양국 정상이 과시한 유대감과 연속적인 정상외교 일정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미·중 관계의 급격한 파국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은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9월24일 미국 초청에 응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11월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와 12월 미국 마이애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연쇄 외교 일정도 기다리고 있다.

 

퍼트리샤 김 브루킹스연구소 아시아 담당 연구원은 “올해 추가적인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무역 데탕트(긴장 완화)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중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압박받은 한국 등 동맹국 부담도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