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한 장에 2363만원?…포켓몬 30주년, 유통가 흔드는 ‘어른이 소비’

지난 1일 낮 서울 성수동 골목은 사람들로 쉽게 움직이기 어려웠다. 포켓몬 30주년 행사를 보러 나온 방문객들이 서울숲과 성수동 일대에 몰리면서 경찰과 소방 인력이 현장 통제에 나섰다.

 

CU 제공

캐릭터 소비는 이미 일부 팬덤의 취미를 넘어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 콘텐츠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 10세 이상 국민 6554명 조사에서 캐릭터 콘텐츠 이용률은 38.7%로 집계됐다. 음악에 이어 주요 콘텐츠 소비 영역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포켓몬스터 30주년’ 열기가 유통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성수동 행사에 대규모 인파가 몰린 뒤 편의점, 리셀 플랫폼, 이커머스 업체들은 포켓몬을 비롯한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앞세워 MZ세대 ‘어른이’ 소비층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켓몬코리아는 이번 행사에서 ‘잉어킹 프로모 카드’를 제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새벽부터 인파가 몰리고 안전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행사는 중단됐다. 현장 배포가 막히자 해당 카드는 중고 거래 시장에서 30만원 안팎에 거래됐고, 일부 호가는 50만원을 넘겼다.

 

희소성이 곧바로 가격이 된 것이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서도 흐름은 뚜렷하다. 크림에 따르면 올해 1~4월 플랫폼 내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7배 증가했다. 지난 4월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3배 뛰었다.

 

고가 거래도 이어졌다. 지난해 잠실 이벤트 현장에서 한정 배포된 ‘메타몽의 타임캡슐 프로모 카드’는 지난달 크림에서 전년 거래가 대비 최고 2532% 오른 65만8000원에 거래됐다.

 

‘뭉크 피카츄’ 카드는 올해 3월 2363만원, ‘마리오 피카츄’ 카드는 지난달 1390만원에 거래됐다. 한 장의 카드가 단순 기념품을 넘어 수집품이자 대체 투자 상품처럼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 업계도 빠르게 움직였다. CU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완구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1% 증가했다.

 

특히 포켓몬 카드 5장이 랜덤으로 들어 있는 카드팩 4종은 지난 2일 출시 이후 사흘 만에 25만개가 팔렸다. 준비 물량 약 26만5000팩 가운데 96%가 소진됐다.

 

구매층도 달라졌다. 같은 기간 CU의 캐릭터 상품 구매 고객 중 20대 비중은 33.1%로 가장 높았다. 30대도 28.3%를 차지했다. 10대 비중은 23.5%였다. 어린이날 시즌 상품이었지만 실제 소비의 중심은 20·30대였다.

 

업계가 주목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캐릭터 IP는 더 이상 어린이용 장식이 아니다. 한정판, 랜덤 구성, 현장 이벤트, 리셀 가능성이 결합되면서 소비자를 매장과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콘텐츠가 됐다.

 

과거에는 빵이나 완구에 캐릭터를 붙여 판매를 늘리는 방식이 많았다. 지금은 다르다. 소비자는 상품을 사는 동시에 줄을 서고, 인증하고, 거래 가격을 확인한다.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캐릭터 하나가 매출과 방문, 화제성을 동시에 만드는 셈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캐릭터 상품은 아이들 선물보다 성인 팬덤 소비 성격이 더 강해지고 있다”며 “희소성과 인증 욕구가 붙으면 일반 상품보다 훨씬 빠르게 매장 방문을 만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