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공기관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전통의학 진료지침 핵심 연구를 직접 수행하며 국제 표준 정립에 나선다. 서양의학 중심으로 편중됐던 기존 글로벌 의료 지침 체계를 개편하고, 한의약을 필두로 한 전통의학의 세계화를 한국이 주도하는 발판이 마련됐다.
한국한의약진흥원은 WHO와의 최종 협의를 완료하고 ‘전통의학 진료지침 개발 매뉴얼 연구’를 본격 추진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전통의학의 고유한 학문적∙임상적 특성을 보존하면서도, 현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표준화된 진료지침 방법론과 실무 매뉴얼을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앞서 WHO는 지난해 제78차 세계보건총회에서 ‘전통의학 글로벌 전략 2025-2034’를 채택한 바 있다. 당시 전통∙보완∙통합의학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근거 기반 임상진료지침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으나, 현행 국제 임상지침 개발 체계가 서양의학 위주여서 전통의학만의 독자적인 진단 체계와 치료법을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진흥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전통의학 진단 체계와 치료 중재법은 물론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는 의∙한 통합 협진 모델까지 아우르는 체계적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전 세계 WHO 회원국들이 공유할 수 있는 실질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향후 전통의학 분야의 국제 공동 연구와 국가별 정책 수립, 글로벌 임상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연구 수탁은 한국한의약진흥원의 전문성이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은 결과로 보인다. 진흥원은 2016년부터 총 62종의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을 지원하며 국내 한의약의 임상 근거 창출과 표준화를 견인해 왔다. 특히 근거 평가 체계 구축부터 임상 권고안 개발, 의료 현장 보급까지 전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노하우가 이번 WHO 연구 수탁의 결정적 배경이 됐다.
보건의료계는 이번 수탁이 한국의 우수한 한의약 인프라와 표준화 역량이 세계적 공신력을 얻었음을 증명한 것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의약의 신뢰도를 높이고 향후 국제 보건 정책에 대한민국이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호연 한국한의약진흥원장은 “이번 WHO 연구 수탁은 한의약의 임상 근거 개발 역량과 국제적 신뢰도를 인정받은 성과”라며 “전통의학 분야 국제 표준화와 근거기반 강화에 기여하고 글로벌 보건 정책 속에서 전통의학의 역할 확대와 제도적 기반 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