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매립에서 순환으로, 직매립 금지 취지 살리려면

미국 유학 시절, 매립지에서 현장 실증 실험을 하며 잊기 어려운 장면을 자주 마주했다. 거대한 장비가 폐기물을 밀어 넣는 현장 한가운데에는, 분명 쓰레기로 취급되고 있었지만 아직 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을 잃지 않은 물질들이 섞여 있었다. 종이와 플라스틱, 목재, 포장재, 금속류가 흙과 다른 폐기물 속에 뒤섞여 그대로 묻혀 가는 모습을 보며 연구자로서 관심과 시민으로서의 안타까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매립지는 사회가 배출한 폐기물을 최종적으로 처분하기 위한 필수 기반 시설이다.

 

고재학 제주대 환경공학과 교수

동시에 자원순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을 때 그 결과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본 재활용 가능 자원들은 폐기물이 단순히 ‘버려지는 물질’이 아니라, 수거, 선별, 재활용, 에너지 회수, 최종 처분이라는 전 과정의 관리 수준을 반영하는 지표라는 사실을 일깨워 줬다.



이 경험은 우리나라 직매립 금지 정책을 바라볼 때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직매립 금지는 단순히 매립장으로 들어가는 폐기물 양을 줄이기 위한 행정 조치라기보다, 재활용 가능 자원과 에너지 회수 가능한 폐기물이 아무런 전처리 없이 최종 처분되는 관행을 바꾸고, 폐기물 관리의 중심을 ‘처분’에서 ‘순환’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으로 보는 것이 무방하다. 매립은 가능한 한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다만 현실 여건을 무시할 수 없다. 국민 생활과 직결된 생활폐기물 수거·처리는 “수거 지연 없이 안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준수돼야 한다. ‘발생지 처리’ 원칙 또한 유지해야 한다.

직매립 금지는 강하게 추진하되, 지역별 처리 역량, 소각·전처리 시설의 확보 수준, 재활용 시장 수용 능력 등을 함께 고려하는 현실적 이행 전략과 과도기적 조치가 필요하다. 중요한 건 예외를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상시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이다.

직매립 금지 이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시·도는 폐기물의 안정적 처리를 위해 27개 공공 소각장 확충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시설 확보를 위한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단기간 내에는 민간 처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방식은 비용 부담과 발생지 처리 원칙 훼손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정책적으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예외를 정말 예외로 관리할 것, 민간 의존을 장기 해법으로 굳히지 않을 것, 공공처리역량·감량·재활용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더불어 직매립 금지의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더 많은 소각장’이 아닌 ‘더 적은 폐기물’이 필요하다. 따라서 폐기물 발생원단계 감량과 재활용 확대를 병행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 폐기물 발생량을 8% 감축하겠다고 설정하고 구체적 이행 수단을 마련 중이다. 각 지자체에도 감량 목표 설정과 이행계획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 소각시설과 재활용 선별장 확충 또한 시급하다.

서울시는 광역소각장 부지 선정 중이며, 인천시·경기도도 신·증설 계획을 실행 중이지만, 공공 처리시설 확충을 위해 중앙정부의 투자와 인허가 절차 간소화가 병행돼야 한다. 이와 함께 순환자원의 전주기 관리 관점에서 제조사·유통업체의 책임 강화, 가정·기업 차원의 분리배출 교육 확대을 확대하는 등 예외 관리와 더불어 이런 병행 대책이 종합적으로 작동할 때 직매립 금지 제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고재학 제주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