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광장시장 노점 실명제

서울 종로5가 광장시장은 1905년 7월 조선인 자본으로 설립된 조선 최초 민간 시장이다. 6·25전쟁 당시 폐허가 됐다가 재건됐고, 1969년 동대문종합시장이 설립되면서 광장시장으로 불리게 됐다. 한복과 이불 도매시장으로 유명하고, 빈대떡·모둠전·육회·순대·각종 김밥 등 먹거리가 많아 가족 단위 손님들이 즐겨 찾는다. 2019년 넷플릭스에서 아시아의 길거리 음식을 소개한 다음부터 ‘K관광 명소’로 떠올라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시장 상인들의 바가지요금과 불친절이 끊이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2023년 11월 한 유튜버에게 적은 양의 모둠전을 1만5000원에 판매한 영상이 공개돼 ‘바가지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11월에는 메뉴판에 8000원이라고 적힌 순대를 1만원에 판매하고 항의하는 유튜버에게 불친절하게 응대한 노점이 논란이 됐다. 지난 4월에는 무료로 제공하던 생수를 외국인 관광객에게만 2000원에 판 노점상이 공분을 샀다. 최근에는 한 식당이 쓰레기통에 버린 음료 컵 속 얼음을 다시 꺼내 생선을 재우는 데 사용하다가 적발돼 위생 논란까지 불거졌다. 상인들의 ‘자해 시리즈’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런 일이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광장시장 상인회는 “일부 상인의 일탈”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쯤 되면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적잖다. 상인들은 시장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 여행 유튜버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바가지요금, 비위생적인 경험을 공유하면 부정적 이미지가 급속히 확산하는 시대다. 한 번의 불쾌한 경험이 K컬처, K팝, K드라마로 쌓아 올린 국가 이미지를 해칠 수 있다.

서울 종로구청이 다음 달부터 광장시장에 노점 실명제를 도입한다. 바가지 상혼, 현금 결제 강요, 음식 재사용 등 불법 영업으로 적발된 노점상에 대해 영업정지와 벌점을 부과하고, 1년간 4회 이상 위반하거나 벌점이 120점을 넘으면 영구 퇴출하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발표된 전통시장 개선 대책 가운데 가장 강도가 높다고 한다. 이 제도가 광장시장이 오명을 벗고 환골탈태하는 계기가 돼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