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등 주요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18일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코스피는 오전 한때 7100선까지 밀렸다가 낙폭을 회복했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7원까지 치솟았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다시 7%대로 올라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와 채권 금리 급등으로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가 약해지면서 이날 코스피에서 외국인의 ‘팔자’ 공세가 이어지고 원화 약세 압력이 가중됐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올해 1월2일 연 3.386%에서 이날 4.239%까지 뛰었다. 3년물 금리 역시 올해 초 연 2.935%에서 이날 3.757%까지 올라섰다.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4.56%로 장을 마치며 심리적 저항선인 4.5%를 넘었다. 일본의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8일 장중 한때 2.8%까지 상승했다. 이는 1996년 10월 이후 약 29년 반 만에 최고치다. 영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올해 1월2일 4.541%에서 이날 오후 7시 기준 5.153%까지 올랐다.
국채금리 충격은 자산 시장을 뒤흔들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7100선까지 떨어졌다가 전장보다 22.86포인트(0.31%) 오른 7516.0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고점과 저점의 차이는 493.49포인트였다. 역대 최대 등락폭을 기록한 직전 거래일(15일·675포인트)에 이어 이날도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인 것이다. 특히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일부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며 주가가 장중 6%대까지 치솟은 것이 변동을 키웠다.
외국인은 이날도 3조원대를 순매도하는 등 이달 7일부터 이날까지 35조7309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다시 1500원대로 올라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 1507원선까지 치솟았다가 하락 전환해 0.5원 내린 1500.3원(오후 3시30분 기준)에 거래를 마쳤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은 환율 급등에 대해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직접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생산자물가지수(PPI)가 높게 나오는 등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부각되고 주요국이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시장 전반이 위축돼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 금리뿐 아니라 지난달 일본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해 일본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졌고, 영국에서도 총리 거취 문제로 국채금리가 오르는 등 글로벌 금리 상승이 중첩되면서 외국인 투자심리와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iM증권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 최고치를 1520원까지 내다봤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경제학)는 “미국의 대규모 감세와 중동 사태에 따른 전쟁 비용 등으로 국채 발행량이 늘어나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5%를 넘어서면서 주식 등 위험 자산에서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투자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함에 따라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 한국 국채금리도 동조화 현상을 보이며 동반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국채금리 상승은 결과적으로 회사채와 금융채를 넘어 대출 금리까지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5년 고정 후 변동) 금리는 4.43~7.03%로 7%대로 올라섰다.
다만 금리가 자산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임계점이 과거보다 올라갔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조용구 신영증권 선임연구원은 “현재 채권 금리가 임계점을 지났다고 보긴 어렵고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다”며 “거시 지표 한두 개에 따라 주식시장이 휘둘리는 정도가 전보다 약해진 모양새”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