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노조의 총파업 예고일을 사흘 앞두고 정부 중재로 사후조정에 돌입했으나 첫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번 협상은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복리를 위한 기본권 제한’까지 언급하며 노사가 타협해서 파업만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할 만큼 한국(K) 반도체 산업의 운명이 걸린 마지막 기회로 평가된다. 법원도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총파업에 일부 제동을 걸었다. 19일 재개될 협상 결과가 주목된다.
삼성전자 노사는 18일 오전 10시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박수근 중노위원장의 중재 아래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진행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헤어졌다. 노조 측 대표교섭위원인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오후 6시20분쯤 사후조정 회의를 마친 후 “노조는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고 있고, 연장해서 내일 출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중노위원장은 이날 회의 중간에 ‘진전된 것이 없나’라고 취재진이 묻자 “평행선이다. 아직 중노위가 마련한 조정안도 없다”면서도 “파업이 안 되도록 조율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중노위는 1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추가 조정 일정이 잡혀 있지만 논의가 길어지면 더 늦게 끝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1∼12일 진행된 1차 사후조정도 13일 새벽에 종료됐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사후조정 직전 엑스(X)에 글을 올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질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는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돼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며 “현행 헌법상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노동권과 경영권 모두 동등한 권리인 만큼 노사가 서로 존중하고 양보해 타협하라는 데 방점을 찍으면서도 노조의 파업 강행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날 김민석 국무총리가 밝힌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법원도 일단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수원지법 민사31부(재판장 신우정)는 삼성전자가 지난달 16일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파업 기간 중 안전보호시설은 물론 반도체 핵심 공정인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 인력을 ‘평상시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하라고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