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양육은 엄마 몫’이라는 인식이 관련 집계 이후 처음으로 ‘반대’가 ‘동의’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양육이 엄마만의 책임이라는 구시대적 인식에서 벗어나 부모 공동양육 인식 확대와 보육의 사회화로 인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1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제20차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결과에 따르면 ‘어린 자녀는 집에서 어머니가 돌봐야 한다’는 문항에 대해 ‘반대한다’는 응답은 34.12%로 집계됐다. 이는 ‘동의한다’는 응답 33.83%보다 소폭 높은 수치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상반기 73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2007년 첫 조사 당시에는 ‘자녀는 엄마가 돌봐야 한다’는 항목에 대해 찬성 응답이 64.7%에 달했다. ‘매우 동의’가 16.4%, ‘동의’가 48.3%였다. 반면 반대 응답은 17.6%(반대 15.9%·매우 반대 1.7%)에 불과했다. 자녀를 집에서 엄마가 돌봐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는 응답은 18년 새 64.7%에서 33.83%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17.6%에서 34.12%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녀 양육은 엄마가 전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약화한 결과다.
여성들은 ‘주 양육자’ 역할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고 있으며, 남성들은 과거보다 자녀 양육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가 자녀 양육에 대해 더는 ‘엄마’만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빠도 함께 자녀를 돌보며 가정 내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과거처럼 엄마가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고, 아빠가 나가서 돈을 버는 ‘분업’이 아니라 함께 돌보고 함께 일하는 가치관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초저출생 시대에 자녀 양육과 관련해 사회적 책임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부모가 맞벌이하는 경우가 많아 조부모가 손자녀를 돌보는 사례가 흔해졌으나, 조부모 2명 중 1명 이상은 원하지 않는데도 자녀의 사정으로 인해 돌봄을 맡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노인의 손자녀 돌봄 실태조사’에 따르면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의 53.3%는 본인이 원하지 않지만 자녀의 사정으로 거절하지 못하는 비자발적 돌봄을 경험하고 있다. 공적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조부모 돌봄을 필요로 하는 주된 이유는 부모의 노동시간과 가족 돌봄 우선 가치관, 사교육 필요 등이 꼽혔다.
석 교수는 “전체 사회가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며 “북유럽 등에서는 아이 돌봄의 제1책임은 국가라는 원칙이 있다. 이런 흐름을 우리나라도 따라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30대 여성 A씨는 “자녀를 부모가 함께 키우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바쁜 직장 생활 탓에 조부모까지 자녀 양육에 힘을 보태야 하는 상황이다. 육아 시간 확대나 출퇴근제를 더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