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성실히 임한다”했지만 입장차 여전… 박수근 “파업 안 돼” [삼성전자 2차 사후조정]

21일 파업 예고… 2차 조정 첫날

勞 “상한제 폐지·영업익 15%” 고수
使 “상한 유지·반도체 부문만 10%”
朴 위원장, 오후 협상 놓고 “평행선”
예정 시간보다 30분 빨리 종료

제도화 여부는 노사 입장차 극명
使 “3년 뒤 재논의” 다소 유연화
반도체 외 사업부 지급비율도 의제

18일 오전 10시 삼성전자 노사 2차 사후조정이 열리는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 건물은 노사 양측 관계자와 정부 인사, 취재진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노사 양측이 전날 열린 사전미팅에서부터 요구 조건을 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여서인지 관계자들 사이에선 긴장감이 팽배했다.

긴장 감도는 삼전 생산라인 18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노조 측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이날 삼성전자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 2차 사후조정 회의에 돌입했다.
평택=유희태 기자

협상이 시작되기 약 10분 전, 노사 양측 대표교섭위원과 중노위 담당자들이 협상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도착한 사측 교섭위원인 여명구 DS(디바이스솔루션) 피플팀장과 김형로 부사장은 아무런 말없이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이어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측 인사들이 도착했다. 최 위원장은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쨌든 사후조정까지 왔다. 이번 2차 사후조정도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취재진이 묻자 그는 별말 없이 협상장으로 향했다. 2차 조정회의를 직접 참관하는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은 “입이 없다. 이따 뵙겠다”고 한 뒤 들어갔다. 오전은 중노위가 노사 양측 입장을 들으며 서로 탐색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 위원장은 점심 휴게시간 회의장에서 나오며 기자들에게 “아직 기본 입장만 들었다”며 (오후부터는) 안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파업 여부를 가릴 분수령이 될 2차 사후조정의 중요성을 감안해 직접 조정위원으로 나섰다. 박 위원장은 ‘대화가 되고 있는 상황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하면서도 “(타결 여부는) 해 봐야 한다. 지금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임하느냐’는 물음에 “파업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재개된 협상은 종료 예정 시간인 오후 7시보다 30분가량 일찍 끝났다. 노사 양측은 접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위원장이 오후 협상 상황을 “평행선”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측은 주말에도 연이틀 사전미팅을 갖고 이번 조정회의를 준비했으나 성과급 재원 기준과 상한 폐지, 제도화 등을 둘러싸고 이견이 컸는데 조정 과정에서도 이들 쟁점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성과급 재원과 관련,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활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금) 성과급의 기준인 EVA(경제적부가가치) 방식의 경우 계산식이 지나치게 복잡해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강조한다. 수치가 바로 공개되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정해 투명화하자는 것이다. 반면 사측은 연봉 대비 50%가 상한인 기존 OPI의 틀을 유지하려고 한다. 대신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200조원 이상인 경우 OPI와 별도로 영업이익의 9~10%를 추가 배분하겠다고 제안했다. 앞서 1차 사후조정 때 중노위는 양쪽 안을 절충해 영업이익 중 성과급 배분 비율을 15%에서 1~2%포인트 낮추는 대신, OPI 일부를 주식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제안했지만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름 절충안을 찾고 있는 재원 기준과 달리 제도화 여부는 노사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성과급 지급 기준이 확정되면 명확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측은 미래 투자 여력 감소와 사업부 간 보상 격차 확대 등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해 제도화에 반대한다. 대신 합의안이 마련되면 3년간 지속한 후 재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중노위도 1차 사후조정 당시 노조가 요구하는 제도화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반도체 부문 내에서 성과급 재원을 부문 전체와 사업부별로 얼마나 나눌지도 주요 의제다. 노조는 적자를 보는 LSI와 파운드리 사업부도 인재 유치 차원에서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체 성과급 재원을 부문 공통 70% 대 사업부별 30%로 나눌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추가 지급할 성과급에 대해서만, 부문 공통 60% 대 사업부별 40%로 나누자는 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노위는 특별포상 재원을 부문 공통 70% 대 사업부 30%로 나누자며 노조와 비슷한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19일 재개되는 2차 사후조정의 종료 시한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노조가 예고한 파업 개시일이 21일이라 이번 사후조정이 사실상 마지막 협상 기회다. 박정범 중노위 조정과장은 “노사 양측이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며 “결과는 19일 회의를 진행해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